훌륭한 사람은 글을 가지고 벗을 모은다(君子文會友)
훌륭한 사람은 글을 가지고 벗을 모은다(君子文會友)
  • 승인 2019.03.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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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전 중리초등 교장)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친구와의 의견충돌이나 괴롭힘이 제일 힘들듯하다. 새로 형성되는 집단은 언제나 서열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기 때문이리라. 하여튼 아이들의 관계는 복잡하다.

조선시대 아이들은 예닐곱이 되면 천자문을 배우고, 계몽편, 동몽선습, 동몽수지를 배웠다. 필자도 어릴 적 시골집이 서당이어서 계몽편을 읽었었다.

‘계몽편’은 자연의 현상들과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설명한 책이다. 벗과의 관계를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공자의 제자 증자가 말하기를 ‘군자이문회우(君子以文會友)’라 했다. ‘훌륭한 사람은 글을 가지고 벗을 모은다.’는 뜻이다. 그리고 ‘벗으로써 자신의 어짊(仁)을 돕는다.’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벗 사이에는 ‘착한 것을 권할 수 있다.’하였다. 이것이 책선(責善)이다. 덕을 이룸에는 ‘스승과 벗의 힘보다도 큰 것은 없다.’고 하였다. 벗에는 이로운 벗이 있고, 해가 되는 벗이 있다. 벗을 사귐은 올바른 사람을 가리는 일이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정직한 벗, 성실한 벗, 견문이 많은 벗은 익자삼우(益者三友)’라 했다. 정직한 사람을 벗으로 사귀면 그 벗은 마음이 곧아서 좋은 방향으로 충고해 준다. 잘못을 범하지 않게 된다. 잘못이 있더라도 바른길로 안내해준다. 성실한 벗을 사귀면 그 벗의 성실함을 배우게 된다. 거짓과 위선을 멀리하게 된다. 견문이 많은 벗을 사귀면, 자신의 지식이 넓어진다.

반면 ‘아첨하는 벗, 비위를 맞추는 벗, 말로는 모든 것을 잘 할 것 같으나 실속이 없는 벗은 손자삼우(損者三友)’라 했다. 아첨하는 벗은, 겉과 속이 같지 않아 부정직해 공부에 방해가 된다. 비위를 맞추는 벗은, 겉으로만 그럴듯하고 신의가 없으므로 그 벗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은연중에 익히게 된다. 말로는 모든 것을 잘 할 것 같으나 실속이 없는 벗에게서는, 말을 교묘하게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공자는 이것을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 했다.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에는 어진 사람이 적다고 했다.

그런데 간혹 어른들은 자기 자식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남의 자식 탓만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기 자식의 처지가 손자삼우에 해당되는 줄도 모르고 ‘좋은 친구 사귀어라.’고 강조한다. 자기를 바로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자삼우(益者三友)’되는 벗은 어디에 있어도 곧바로 남의 눈에 뛴다. 예로부터 숨은 인재는 어떤 경우라도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라 했다. 부모는 자기 자식의 감추어진 본모습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훤히 꿰뚫어보는 능력이 통찰력이다.

오늘날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통찰력의 부재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학자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이 말은 ‘학문을 굽히어 세속에 아첨한다.’는 뜻이다. 정도를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 한나라 효경제는 널리 어진 선비를 등용하였다. 시인 원고생(轅固生)은 나이 90세였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고 직언하는 대쪽같이 곧은 선비였다. 신하들은 원고생이 두려워 등용을 극력 반대했다. 그러나 효경제는 원고생을 등용하였다. 당시 원고생과 함께 등용한 젊은 학자로 공손홍(公孫弘)이 있었다. 공손홍은 원고생을 늙은이라고 깔보며 무시했다. 효경제가 죽자 원고생은 시골로 낙향했다.

한무제(漢武帝)는 다시 원고생을 불렀다. 공손홍은 더욱 기고만장하여 원고생을 얕보았다. 원고생은 공손홍의 불손한 행동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공손홍에게 “올바른 학문에 힘써 세상에 알려주게. 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첨하는(曲學阿世) 일이 없기를 바라네.”하였다. 절조를 굽히지 않는 인격과 학식이 높은 원고생의 말에 공손홍은 부끄러웠다. 무례함을 빌고 원고생의 제자가 되었다. 곡학아세(曲學阿世)는 세류에 영합하는 어용학자들과 정치인들을 비꼬는 말이다.

아이들의 사고는 유동적이어서 물들기 쉽다. 그 움직임을 제대로 살펴 바로잡는 교육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훌륭한 사람은 글을 가지고 벗을 모은다.’고 한다. 벗과의 교제가 어짊의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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