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교사에 대한 단상
순직 교사에 대한 단상
  • 승인 2019.05.02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경대사대부초 교사
최근 한 교사의 자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화제다.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욕설과 거친 불만을 받아왔던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다. 그는 지속적인 학생의 태도로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근무를 이어나가고, 그러다가 순간의 선택으로 해당 학생에게 욕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해당 학부모의 공개 사과 요구, 민원 제기, 폭력 시도 등 끊임없는 민원에까지 시달리게 된다.

이런 일들이 1년가량 이어지자 그는 정년퇴직을 한 학기 남기고 사직서를 내게 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이 2년이 훌쩍 넘어서야 유족들의 소송 끝에 비로소 공무상 사망으로 순직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간 이 사건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이다.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한 권리가 바로 ‘교권’이다. 상해나 폭행, 모욕, 명예훼손,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최근 교권침해와 관련한 사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더불어 꽤 오래 전부터 교권의 추락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들이지만 지나친 경쟁 등 교사 사이에서 교권을 지켜주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들도 왕왕 발생한다. 어떠한 경우라고 해도 교육공동체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교사조차 가고 싶지 않은 학교를 어떻게 학생들이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교권을 지속적으로 침해받는 학교 환경은 교직사회 전반에 조직냉소주의(organizational cynicism)가 팽배하게끔 한다. 존중받지 못한 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떠한 형태의 ‘의욕’도 가질 수 없게 된다. 냉소주의가 만연한 조직은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도 그 목적과 결과를 달성하기 힘들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냉소주의는 공감대나 참여의식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조직혁신에 있어서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냉소주의가 만연한 학교의 교사들은 무관심, 체념, 소외, 불산, 실망, 좌절 등의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반드시 학생에게 전이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교권 회복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권을 회복하는 첫 단계로 교육공동체의 관계 정비를 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학교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들부터 제대로 검토하여야 한다. 그저 학교의 각종 일들을 고압적으로 통하는 것이 아닌, 학부모와의 진지한 만남과 참여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학교가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다.

더불어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행사들이 많은데, 그러한 행사들이 본디 뜻을 제대로 갖추고 이루어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하여 교권을 학생인권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오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권을 지키는 것이 학생인권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교육공동체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교권만을 특별히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가진 느슨한 관료제 형태의 장점을 살리는 것도 좋겠다. 연배, 경력, 학벌, 지위 등을 떠나 교사들 간의 권리를 서로가 지켜주면서 일을 해나갈 때, 학교문화는 비로소 발전한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에서도 올해 5월부터 교육연수원 내에 ‘교육권보호센터’를 개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8억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개설하는 센터는 전담변호사와 전문 상담가들이 배치된다고 한다. 변호사들은 각종 교육권과 관련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한편 법률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상담가는 개인 및 집단 상담실에서 상담 및 교육활동을 펼친다. 앞으로 교육권보호센터가 대구시 관내 교사들을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기를, 그래서 모든 교사들이 교직 안에서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선생님의 순직이 이제라도 인정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이런 판결이 의미가 있을까. 사십여 년 가까이 그가 몸담았을 교직의 세월들.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 조금은 슬프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