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함께라면 두렵지 않아” 웃다가 울리는 굿브라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함께라면 두렵지 않아” 웃다가 울리는 굿브라더
  • 배수경
  • 승인 2019.05.0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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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코미디 ‘나의 특별한 형제’
몸은 불편해도 머리는 좋은 형
신체 건강 정신연령은 5살 동구
20년 함께한 두 남자 우정 그려
장애를 따갑거나 동정이 아닌
흔한 시선으로 그린 착한영화
웃음·감동 균형 맞춘 연출 한몫
나의특별한형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공세 속에 요즘 극장가는 선택의 폭이 그 어느 때보다 좁다. 그 와중에 반갑게도 특별한 한국영화 한 편이 개봉을 했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머리는 비상하지만 전신이 마비된 형 세하(신하균)와 뛰어난 수영실력을 지녔지만 생각은 5세 아이 수준인 동생 동구(이광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사람은 피를 나눈 친형제는 아니지만 20년간 서로 한 몸처럼 붙어 다니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특별한 형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강력접착제’로 불리며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가 그 주인공이다. 광주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한 최 씨를 위해 박 씨가 4년간 휠체어를 밀고 강의실을 함께 다니며 책장을 넘겨준 덕분에 최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들이 장애를 딛고 서로 도우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의 ‘인간극장’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실제 인물이 가진 장애나 몇몇 에피소드들은 가져오되 이후의 이야기는 감독이 가공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형(2016)’,‘그것만이 내 세상’(2018) 등 장애인이 주인공인 몇 편의 영화가 있었다. 주로 장애를 가진 동생을 갑자기 떠맡게 된 범죄자이거나 사회부적응자인 형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경우가 많은데 ‘나의 특별한 형제’는 두 사람 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의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2012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에 가깝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눈칫밥을 먹던 친척집에서 결국엔 시설로 맡겨진 세하, 수영장에서 엄마에게 버려진 동구, 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은 ‘책임의 집’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가족이 된다. “사람은 말이야.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야 할 책임이 있어”라던 박 신부(권해요)가 세상을 떠난 뒤, 책임의 집은 폐쇄가 결정되고 그들은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과연 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형제의 고군분투에 취업준비생 미현(이솜)이 가세한다. “못 걷는 것만 억울한 것이 아니라 계속 걷는데 제자리 걸음인 것이 더 우울하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장애가 없다고 해서 사는게 다 쉬운 것은 아니다. 영화는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 약자들이 서로 도와 세상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장애가 동정의 대상으로 그려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영화 어디에도 그들의 장애를 보고 동정하거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 속 등장인물 대부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착하기 그지없다. 그런 점에서 현실감이 떨어질 수는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장애인에게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은 아니지 않은가. 함께 살아가는데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분은 필요없다고 얘기하는 영화는 올해 한국영화 흥행의 키워드인 ‘착한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전신마비 장애인 역할이니만큼 표정과 말로만 연기해야 했던 신하균, 예능인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노력했을 이광수, 두 배우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자칫하면 장애인이 희화화 되거나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위험 속에서 균형을 잘 잡아준 육상효 감독의 연출도 좋다.

그간 ‘달마야, 서울가자’,‘ 방가?방가’ 등의 코미디 영화를 주로 연출해온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중간 중간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많다. 별 생각없이 웃다가 폭풍 눈물로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손수건 준비는 필수다. 취업준비생 미현이나 갑자기 나타난 동구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그려진 것은 좀 아쉽다. 가정의 달 5월에 따뜻함과 감동이 어우러진 영화를 찾는다면 볼만하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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