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의 달은 어디로
행복한 가정의 달은 어디로
  • 승인 2019.05.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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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오는 시기인데 요즘은 이 가정의 달이 정말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져서 아이가 한 명인 가정도 많고 많아도 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어린이날이 무색할 만큼 평소에도 많은 선물과 철저히 어린이 위주의 삶을 사는 가족이 많다. 주말이면 늘 자녀 위주의 외출부터 집안 분위기 조성까지 이미 생활의 중심 자체가 자녀, 즉 어린이로 돌아가고 있는데 굳이 또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유통업체들은 선물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 어찌 보면 참 우습다.

어린이날의 시작은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드높이고자 시작된 것으로 1923년부터 있었던 날이다. 따듯한 사랑 속에서 바르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불우한 어린이들이 인간으로서의 긍지와 자신감을 가지 수 있도록 격려, 위로하며 모범어린이 및 존경받아 마땅할 아동복지사업의 유공자들을 발굴해 표창하는 것이 어린이날의 본질이다.

필자의 유년기 어린이날이나 지금의 어린이날이나 저 취지에 맞는 어린이날은 별로 경험한 적이 없고 이는 여러 독자들도 유사하리라 생각한다. 어린이날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제정 취지에 맞게 이 날을 기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어린이날이랍시고 하루 정해서 선물 주고 외식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각종 가정 내 사건, 사고에 가장 잔혹한 희생양이 되는 어린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어린이들의 존재를 사회에 다시 한번 알리는, 그래서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가 행복하고 따듯하게 자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 어버이날, 어버이날은 범국민적 효사상 앙양과 전통 가족제도의 계승 발전은 물론, 효행자와 전통 모범가정, 장한 어버이를 발굴해 포상하고 격려할 목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버이날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날이다. 멀리 사는 자녀가 전화 한 통과 송금으로 지나가는 날이거나, 가까이 사는 자녀나 함께 사는 자녀가 카네이션과 선물을 챙기며 식사를 함께하는 날이 요즘 어버이날의 풍경이다. 이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진짜 부모가 행복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면 좋겠다. 60대 이상의 부모를 둔 가정을 이룬 성인들은 양가 부모님을 챙기는 것이 매년 부담이다부터 명절에 생신에 제사에 어버이날까지 지친다는 말도 한다.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60대 이상의 부모들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20대에 결혼해 지금의 우리를 키우며 그들의 양가 부모를 봉양하며 40, 50대를 지나 60언저리가 돼서도 자신들의 자녀가 결혼해 독립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자녀들을 보듬어야 한다. 자녀의 결혼으로 그들의 노후자금도 모두 주는 경우부터 70이 다 돼서는 바쁜 자녀들이 낳은 손주들을 돌보는 역할까지 하는 경우는 흔하다 못해 당연한 광경이다. 또 장성한 자녀가 변변한 일자리를 못 찾아 자녀와 자신을 위해 70대의 노인의 몸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기이한 경우도 많다.

30대 취준생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한 가정이 산산조각 난 뉴스를 연휴기간에 접했을 때의 참담함은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모두 와닿았다. 현 정부가 모든 미취업자를 국가소속의 공무원으로 만들어 줄 것처럼 매년 증원한 공무원 일자리는 많은 2030들이 그들의 젊음을 오롯하게 담보 잡고 시간을 불태우게 한다. 동시에 증가 된 국민혈세도 같이 불탄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 자체가 너무 단선적인 정책이다 보니 하나의 구멍을 막기 위해 빼낸 돌이 더 큰 구멍이 되고 두 개, 세 개의 돌을 빼내게 되어 결국 전체가 휘청이고 있는 현실을 정부만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최저임금을 직종별, 연령별, 지역별 차등적용하여 민간부문에서 자생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되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진짜 행복한 가정은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 쉴 사람은 쉴 수 있고, 일할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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