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탐지기
거짓말 탐지기
  • 승인 2019.05.16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 변호사
최근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성매매 및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인기 가수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야당의 홍준표 전 대표가 어느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거짓말탐지기에 손을 얹고 당내 정적에 가까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후 매우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거짓말탐지기가 진실 판정으로 나오니까 본인도 “이거 진짜 기계가 맞는 거야?”라고 말했다. 현재의 과학수준으로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은 95~99%라고 알려져 있고 수사기관에서 가끔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판례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판례에 의하면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날 것,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킬 것,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을 것, 거짓말탐지기가 이러한 내용을 측정할 수 있을 것, 검사자가 공정하게 질문하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가질 것이 요구되는데 현재 이러한 정확성을 100%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면 피고인의 변호인은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습니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그 검사결과는 판사가 절대로 보지 못하고 볼 수도 없다. 그 이유는 증거능력이 없는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를 판사가 보게 될 경우 무의식중에라도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이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와 다른 주장을 하면 이미 선입견을 가진 판사가 속마음으로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에서 거짓반응이라고 나왔는데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 원천적으로 판사가 검사 결과를 보는 것 자체를 차단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음에도 수사과정에서 사용되는 이유는 거짓말탐지기의 사용이 심리적 압박을 통해 범인이 결정적 자백을 내놓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 단계에서 검사들이 거짓말탐지기를 잘 활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검사의 유죄심증과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검사는 자신의 확신과 달리 범인을 무죄로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고 반대로 거짓반응이 나오면 검사가 처음 생각과 같이 그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므로 결국 검사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는 결과를 확보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절차는 한 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죄를 주장하는 범인 입장에서는 거짓말탐지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특히 목격자가 없는 성폭행사건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는지가 문제될 때 경찰수사단계에서 검사 결과 범인이 진실반응, 피해자가 거짓반응이 나오면 아무래도 수사하는 경찰은 무죄쪽으로 무게를 두게 될 것이고, 거짓반응이 나오더라도 법정에서 ‘증거부동의’를 하면 판사가 그 결과를 보는 것이 금지돼 실제로 큰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거짓반응이 나오게 될 것이 두려워 거짓말탐지기 검사 자체를 거부한다면 수사관이 유죄의 심증을 가질 수 있다. 통상 그러한 경우에는 검사에 응한다고 한 다음 검사 당일 감기 등을 핑계로 감기약 등을 복용하였다고 말하면 검사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검사를 하지 않으므로 고의적으로 검사를 회피한 것이 아닌 것이 되어 의심은 피할 수 있다.

소문에 정보기관 공작원등은 거짓말을 하여도 거짓말탐지기에서 진실반응을 나오게 하는 훈련을 한다고 하니 그 훈련이라는 것이 결국 거짓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뻔뻔해지기 연습이 아닐까 추측한다. 아주 간단한 거짓말탐지기 결과 조작방법도 있다. 검사 전에 미리 압침을 엄지발가락에 박아두고 검사자가 물을 때 마다 엄지발가락을 누르면 압침이 발가락을 찔러 엄청난 고통을 주고 그 결과 엄청난 생체 반응이 나타나 기계가 참과 거짓의 생체반응을 구별할 수 없게 되어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를 활용할 수 없다.

거짓말탐지기도 극복할 수 있는 뻔뻔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도래할까 두렵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