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호응 이끌어낸 ‘놀자전’ “우린 예술 통해 논다”
日서 호응 이끌어낸 ‘놀자전’ “우린 예술 통해 논다”
  • 황인옥
  • 승인 2019.05.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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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보다 즐기는 게 중요
작가간 긍정적인 영향 미쳐”
9월 부산 진구서 전시 예정
교토놀자전참가자들
교토 놀자전 참여작가들이 전시된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사꽃이 피면 한 번 모이며, 한 여름 과일이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서지에서 연꽃 구경으로 한번 모이고, 국화에 꽃이 피면 한 번 모이며, 겨울에 큰 눈이 오면 한 번 모이고, 세모에 화분에 심어진 매화가 꽃을 피우면 한 번 모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젊은 시절 지우들과 만든 시 짓는 모임인 죽란시사의 규약 중 일부를 옮겨놓은 것이다. 다산과 그의 지우들은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준비해 술을 마시며 시가를 읊조리곤 했다.

대구 작가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전국구로 확장하고 있는 ‘놀자전’이 죽란시사와 닮아있다. 작가들이 모여 전시와 작품, 술과 안주로 시대를 논한다. 5년째 8회의 전시를 열며 고유명사화 된 ‘놀자전’이 추구하는 것은 근엄하고 정형화된 전시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놀이로 전시를 접근하는 것. “작가들이 만나고 놀면서 즐기는 전시를 추구한다.” 놀자전 참여작가 이태호의 설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일본 교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한국식 카페 소무시(Somushi)에서 열린 ‘Somushi in Kyoto 놀자’전은 ‘놀자전’의 취지가 가장 잘 녹아든 전시였다. 회화 정태경 김진영, 조각 차정보 이태호 방준호 이상헌, 사진 림재택 문진우 박토마스, 도자 전문환 등 대구 작가를 주축으로 부산 작가들이 함께해 전시를 열고 전시기간동안 교토에서 교토를 호흡하며 참여작가들이 한바탕 거나하게 놀았다.

참여작가 차정보가 “아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그래서 작품이 팔리면 10%를 떼서 술 먹고 논다”며 ‘놀자전’의 전시방식을 언급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8회의 전시를 거치면서 ‘놀자전’은 단단해졌다. 작가 구성은 물론 전시 장소도 전국구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봄에 개최한 ‘아양아트센터 놀자전’이 대표적이다. 대구는 물론이고 서울과 부산, 해외작가까지 다양하게 참여했다. 전시 장소도 지난해 서울 전시에 이어 올 9월에 부산진구청 전시가 예정돼 있다.

“아양아트센터 놀자전을 본 부산시청 공무원이 놀자전을 보고 전시 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인연으로 부산진구청 전시가 성사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예술을 통해 논다’는 발상은 작가라면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외로움으로부터 왔다. 협업이 지엽적으로 병행될 수 있지만 작업은 기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전제로 한다. 이때 고독은 함께 가야하는 동반자다. ‘놀자’전의 지향점은 전시를 통해 작품으로 소통하며 작가들끼리의 유대관계를 높인다는 데 있다. 예술을 통해 동료애를 느끼는 것은 물론 서로의 작품을 통해 자극을 주고받음으로써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작품의 세계는 비록 멀다하더라도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행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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