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도시 경관 살리고 미세먼지·폭염 잡는 ‘녹색 영웅’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도시 경관 살리고 미세먼지·폭염 잡는 ‘녹색 영웅’
  • 임종택
  • 승인 2019.06.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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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2)가로수의 존재 이유

가로수란 말을 떠올려 보면 맨 먼저 추억이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까.

가로수는 대부분 큰키나무(교목)로 낙엽성이거나 상록성인 수종으로 식재돼 있다. 회색빛 천지인 도시의 음울한 풍경을 정화하고 심신의 안정과 정서를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또한 가로수(街路樹)란 ‘거리의 미관과 국민 보건 따위를 위하여 길을 따라 줄지어 심은 나무’라고 국어 대사전에는 명기되어 있다. 거리의 미관은 보행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낄수 있게 해주고 그와 더불어 심신이 안정되는 것은 보는 이의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보건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리라.

많은 이들은 도시의 건물보다는 그 건물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가로수 길 아래에 더 많은 추억의 꼬리표를 달아 놓고 떠난다. 좋은 추억이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든 모두가 그 가로수 길을 기억한다.

일제 강점기 민족 시인이자 저항 시인이었던 윤동주는 어찌할 수 없는 조국의 운명을 가로수란 시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가로수, 단촐한 그늘 밑에 구두 술 같은 혓바닥으로 무심히 구두 술을 핥는 시름. 때는 오정. 싸이렌, 어디로 갈 것이냐? 시 그늘은 맴돌고. 따라 사나이도 맴돌고.’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운명에 하릴 없이 가로수에 그늘은 드리워지고 가로수 나무 주위를 맴돌고 있는 젊은 시인의 착찹한 심정을 헤아릴듯 하다. 그렇게 길 따라 늘어서 있는 가로수는 계절마다 새롭게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봄이면 상춘객(賞春客)이라는 이름으로 온통 전국을 원색의 꽃물결로 뒤덮는다. 꽃들은 잠시 머물렀다 흔적도 없이 떠나버리지만 나무는 또 다시 강렬한 태양과의 조우를 위해 녹색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늘을 만들고, 시원하고 상쾌한 산소 바람을 내어주는 나무를 사람들은 기다림의 장소에서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막이로 활용한다. 길게 늘어진 가을색 단풍과 겨울의 맨몸, 매서운 추위에도 끄떡하지 않는 우람한 늘푸른 바늘잎나무, 도시에 가로수가 없으면 얼마나 삭막할까. 단 하나의 나무가 이렇게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온갖 이로움을 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로수는 지금의 기능과는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 가로수의 시초는 연구에 의하면 100리 마다 거리의 이정표로 심은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를 들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길을 찾아가거나 거리를 알고 표시하기 위한 이정표로 오리나무나 시무나무 정도로 심겨졌다. 오리나무는 오리마다 한나무씩 심었다고 하고, 시무 즉 스무리(20리)마다 심었다고 시무나무라고 한다.

대구의 거리에도 다양한 수종의 많은 가로수가 심겨져 있다. 거리 곳곳마다 아름다운 가로수 길, 명품 가로수 길이다 해서 각 단위 지자체 별로 경쟁적으로 가로수 길을 조성하고 있다. 대프리카라고 악명을 떨치고 있는 대구는 1980년대 이전에는 분지의 특성상 경제개발로 인한 난개발로 전국에서 가장 무덥고 겨울에는 가장 추운 곳으로 정평이 나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녹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나무심기에 돌입해서 지금의 푸른 대구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선진국 도시에 비해 아직도 녹지 공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대구 현황
1인당 도시공원 면적 고작 13.1㎡
세종·전남·전북·경북보다 낮아
은행·느티·벚·버즘나무 順 보유
동대구로 상징목 ‘히말라야시더’

지난해 1인당 대구의 도시공원 면적은 13.1㎡로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도시공원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세종시(104.64㎡)다. 이어 전남(32.82㎡), 전북(26.63㎡), 경북(26.18㎡), 경남(25.15㎡), 강원(24.48㎡), 충북(19.68㎡) 순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녹지의 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로수는 도시의 녹지 가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시 녹지화율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산림속의 나무와는 달리 가로수는 다른 곳에 심겨져 있던 나무를 옮겨와서 식재한 나무들로 자신의 원래 고향을 떠나 먼 길을 여행하다 공해와 먼지, 분진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도로변이나 공장 주위, 그리고 생명이 살아가기에 가장 혹독한 곳에 자신의 긴 여정을 푼다. 하지만 가로수는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지친 나그네의 위안의 벗이 되고, 길 잃은 이의 눈이 되어 주기도 한다. 가끔은 취한 사람의 방뇨와 배설의 장소로도 쓰이고는 있지만…….

가로수는 계절별로 자신의 독특한 옷을 갈아입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특히 녹음이 우거진 여름날의 가로수는 시원한 그늘뿐만 아니라 주변의 공기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무 밑은 항상 시원하고 상쾌한 것이다. 최근들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에 대한 뉴스가 자주 나온다. 도시열섬 현상도 여름만 되면 거론되는 메뉴다. 어찌보면 여름날의 가로수가 우리 인간에게 가장 이로움을 주는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림청에서는 각 도시마다 특색있는 가로수를 심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만큼 가로수가 도시의 경관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한때 동대구로 가로수인 상록성인 히말라야시더를 뽑아내고 다른 나무를 심자는 논의도 많았다. 이 나무는 뿌리가 얕게 뻗어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갑자기 쏟아 질 경우 넘어질 우려를 생각해서 느티나무나 벚나무 등으로 심자는 논의였다. 하지만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더는 이미 그곳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지가 오래여서 전문가들도 넘어짐 방지를 위한 장치만 잘 해 놓으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다시금 이 나무는 동대구로를 상징하는 늘 푸른 가로수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녹시율을 높이기 위해 옹벽에 심은 담쟁이.
녹시율을 높이기 위해 옹벽에 심은 담쟁이.

 

산림 용어에 녹시율이라는 말이 있다. 녹시율이란 사람의 눈높이에서 정면을 바라봤을 때 녹색의 면적이 차지하는 바율이다. 지난해 일본 교토와 오사카에 갔을 때 일본의 가로수를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가로수가 지하고(나무의 뿌리 부분에서 위쪽으로 첫 번째 가지가 있는 곳까지의 높이)를 생각해서 일률적으로 똑같이 나무를 전지해 놓았는데 비해 일본의 경우 지하고 부분에 나온 맹지나 도장지 등을 전지를 하지 않고 그냥 둔 곳이 많아서 물어본 바, 보는 이로 하여금 녹색의 면적을 넓게하여 시각적으로 시원함과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그렇다고 했다. 일리있는 말이었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가로수 나무의 이름을 따서 거리 이름을 만든다고 한다.
 

버릴 게 없어요
도심지엔 공해 배출물에 강한
버즘·가시·상록성 나무 도움
열섬·소음완화, 대기정화 톡톡

대구의 가로수 수종은 은행나무가 가장 많고, 느티나무, 벚나무, 버즘나무, 이팝나무, 칠엽수 순이다. 요즘은 스트로브잣나무나 메타세쿼이아 등의 수종도 많이 심는 추세다. 어느 도로변 가로수는 큰 느티나무 사이사이로 소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생육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소나무는 양수라서 햇빛을 좋아하는데 커다란 활엽수 사이에 초라하게 웅크리고 있었다. 배식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흡수가 가장 많은 수종은 침엽수라 한다. 하지만 소나무나 전나무, 메타세쿼이아 등은 공해에 약한 수종이라 나무의 모양은 아름답지만 도로가 넓은 도시 외곽에 심으면 좋을 듯하다.

도심지에는 여러가지 환경성 공해 배출물로 이에 강한 버즘나무나 가시나무 그리고 사철 푸른 상록성 큰키나무를 심으면 좋다. 무더운 여름 가로수는 도로의 차량으로부터 뿜어내는 열기를 흡수한다. 버즘나무 한 그루는 15평 에어컨 8대를 5시간 동안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즉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해 주는 중요한 나무인 셈이다. 가로수의 연결축은 산속의 시원한 바람을 도심속까지 보내주는 역할도 한다. 소위 바람길이다. 시원한 바람뿐만 아니라 6월의 쥐똥나무, 밤꽃 향기가 가로수 바람길을 따라 우리네 도시의 창문까지 전해져오기를 바래본다.

또한 가로수는 소음을 완화해 주고, 대기를 정화하는 기능도 크다.(느티나무 성목 1그루가 하루에 2.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하지만 대부분의 가로수는 식재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단층림으로 심겨져 왔다. 이제는 도로의 주차공간을 줄이고 인도폭을 넓혀 2열 식재로 하층부엔 관목류 등 혼합림으로 조성하면 그늘 뿐만아니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은 자연의 건강 요소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에는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많이 있지만 녹음 푸른 여름의 가로수 길을 자동차로 에어컨을 켜고 운행할 때 한번쯤 생각해 보자, 양쪽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푸른 가로수가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를. 모진 환경속에서 참으로 잘 견디고 있구나 나무야 고맙고 미안하다.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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