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법조인이 희생·반칙 감수할 수 있다면 무서운 것”
문유석 “법조인이 희생·반칙 감수할 수 있다면 무서운 것”
  • 승인 2019.06.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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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사법부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 “자기가 지닌 가치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최선이기 때문에, 작은 희생이나 반칙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법조인들이 있다면 그건 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 쓰는 판사’로 유명한 문 부장판사는 최근 발간한 문예지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대담에서 “시민들이 만든 룰을 넘어 우매한 시민 사회를 계몽하겠다고 나서는 건 위험한 착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어떤 법관 집단에서도 각자의 선의가 있을 수 있다”면서 “바로 그런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발단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건 보수든 진보든 모두 있을 수 있잖느냐”라며 “그렇다면 차라리 어느 쪽이든 손발을 묶어놓고 답답하더라도 시민 사회와 정치의 영역에서 정한 틀 안에서만 움직이려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함부로 월권하지 않게”라고 했다.

특히 문 부장판사는 “사법은 기본적으로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브레이크 역할을 하라고 있는 것”이라며 “마음대로 액셀을 밟거나 함부로 핸들을 쥐고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치주의란 인간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것이고, 어떤 권력도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 역할을 분담해 견제하자는 것인데, 사법 권력은 삼권 중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취약하지 않으냐”라며 “사람들이 그들에게 사회의 조타수를 함부로 맡길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문 부장판사는 최근 정치가 합리적 정책 논쟁이 아닌 종교적 ‘팬덤’ 대립으로 흐르면서 비이성적이고 비생산적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정치적 진영 대립이라는 것이 일종의 팬덤 현상이나 비합리적 감정에 근거한 종교적 성격을 갖는 것이 답답하다는 것”이라며 “세금 갖고 논쟁이 벌어지든지 일자리 갖고 논쟁이 벌어지든지 하면 역관계에 따라 타협할 텐데, 팬덤이 싸우면 답이 없잖느냐”고 지적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난 문 부장판사는 1997년 사법연수원 26기를 수료하고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돼 서울고법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다 에세이집 ‘판사유감’(2014), ‘개인주의자 선언’(2015)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2016년엔 법정 장편소설 ‘미스 함무라비’를 써 화제를 모았다. ‘미스 함무라비’는 지난해 동명 JTBC 월화극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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