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구지법 국민참여재판 참관기
[기자수첩] 대구지법 국민참여재판 참관기
  • 승인 2019.06.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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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부장
지난 2008년 시작된 국민참여재판(국참)이 대구지법에서만 한해 20건 전후 열리고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 4일 제 12형사부(이진관 부장판사)가 맡은 상해사건을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운영했다. 이 사건은 50대 여성과 내연의 관계에 있던 한 남성(피해자)이 그 여인과 역시 내연의 관계인 다른 남성(피고인)으로부터 흉기에 찔려 4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었다는 사건이다. 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은 흉기를 사용한 일이 없고 두 남녀가 (위자료를 노리고) 서로 짜고 자해를 한 뒤 죄를 덮어씌웠다고 주장해 진실을 가리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오전 9시부터 배심원 선정 절차에 들어가 밤 11시에 이르도록 재판은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날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의 유죄를 평결했다. 배심원들이 내린 양형은 징역 1년 4명, 징역 1년 6개월 2명, 징역 2년 1명이었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참고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기자는 무죄의 가능성을 높게 봤는데 전혀 다른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의 주장이 오락가락하고 피고인의 말이 더 설득력있게 들렸는데 의외였다. 어제 행사를 진행한 지법 공보판사가 국참을 하면 보통 검사의 구형량보다 적게 나온다길래 쉽게 무죄를 추정한 기자가 너무 순진했나 보다. 자신은 전혀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양측의 입장을 지겹도록 듣고 마침내 한쪽의 손을 들어 줘야하는 판사나 배심원들이 얼마나 피로한 하루를 보냈을지 짐작이 갔다. 마치 장편 추리 소설을 읽어 나가듯 과연 어느 쪽이 진범인지 가려내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지만 한사람의 인생을 생각하면 마음을 억누르는 괴로운 일 아닌가. 이날 판사와 검사, 변호사는 배심원이 지켜봐서 인지 고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국참은 피고인이 신청하면 사건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재판부가 대부분 수용 결정한다. 시민들에게 무작위로 배심원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우편이 발송되고 신청자 가운데 70여명을 추첨해 공무원, 기 배심원 참여자 등을 제외하고 다시 20명이 재판 당일 법정으로 모인다. 이가운데 검찰과 변호사가 개인의 성향 등 여러가지 질문(무이유부 기피신청)을 통해 4명까지 기피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배심원 7명에 예비 배심원 1명이 선정된다. 배심원에게는 1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고 법정에 출두했다가 배심원이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일정 수당이 지급된다.

대구지법은 2008년 8건을 시작으로 2010년 20건, 2017년 25건, 2018년 17건 등 한해 20건 내외의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고 있다. 배심원의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 일치율은 2017년 ~ 2019년 기준으로 97.5%나 됐다. 불일치한 경우는 40건 중 1건이었는데 배심원 4명이 무죄, 3명이 유죄 의견이었으나,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2일 이상 진행된 건수를 보면 5회가 1건(상주 농약 사이다사건, 2015고합281), 4회 1건, 3회 1건, 2회 18건이었고 나머지 88.9%가 1회 재판을 통해 선고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배심원의 평결은 법원이 참고만 할 뿐 법적으로 구속하는 힘은 없다. 그러나 재판장은 배심원의 평결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판결서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국민의 사법참여를 보장할 수 있고, 유전무죄, 전관예우와 같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씻을 수 있는 국참이 더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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