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55일, 낙동강이 피로 물든 그때를 기억하며…칠곡 호국평화기념관을 가다
참혹했던 55일, 낙동강이 피로 물든 그때를 기억하며…칠곡 호국평화기념관을 가다
  • 김광재
  • 승인 2019.06.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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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전투 승리 기념하는
55m 태극기·55개 탄피
높이 11.29m 호국평화탑
6·25전쟁 1천129일 의미
왜관철교 폭파·고지탈환 등
각종 체험코너 아이들에 인기
호국용사 기리는 추모공간
관람객들 숙연하게 만들어
추모공간
전사자유해발굴현장 모형 앞에서 묵념을 하는 어린이들.

 

호국보훈의 달 6월, 대구ㆍ경북 가볼만한곳-칠곡호국평화기념관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기습 남침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사흘 만에 점령당했다. 북한군은 대비가 부족한 남한 지역을 밀물처럼 쓸고 내려왔고, 한 달여 만에 낙동강 이남 지역을 제외한 남한 지역이 북한군의 손에 떨어졌다.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일대에 최후 방어선을 구축, 8월 3일에는 왜관철교를 끊고 결사항전에 나섰다. 왜관부터 남해안에 이르는 지역은 유엔군이, 왜관에서 동해안까지는 국군이 맡았다.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55일 동안 낙동강 일대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수도인 대구로 향하는 길목인 왜관과 다부동 일대에서는 이른바 ‘시산혈하(屍山血河)’의 참혹한 전투가 계속됐다.

당시 왜관일대는 미 제1기병사단이 방어했고, 다부동 일대에는 국군 제1사단이 배치돼 북한군을 막아냈다. 북한군은 8월과 9월 두 차례의 공세를 펴며 낙동강방어선의 돌파를 시도했으나, 국군과 유엔군의 연합작전과 융단폭격 등에 의해 막대한 병력손실을 입고 결국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아군 역시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1950년 9월 15일, 국군과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의 허를 찌르고, 이튿날 오전 9시 낙동강 방어선 전역에서 아군의 총반격이 펼쳐졌다. 후방이 차단돼 혼란에 빠진 북한군은 국군과 유엔군의 기세를 당해낼 수 없었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한 전투였다.

 

전망대
4층 전망대에서는 낙동강이 내려다 보인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참혹한 전쟁의 기억은 모두 잊은 듯 무심히 흐르는 낙동강을 내려다 보며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이 서 있다. 기념관 뒤 언덕에는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승리를 뜻하는 55m 대형태극기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기념관 입구의 화랑과 국군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어린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티켓을 구입해 들어가면 로비층(지하1층)이다. 로비 가운데에는 구멍난 대형철모가 자리잡고 있다. 로비 천장에 매달린 55개의 탄피는 철모를 향하고 있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전투체험관은 실감나는 전시물을 관람하고 다채로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군복체험, 시가전 현장, 폐허가 된 마을, 왜관철교 폭파, 사격체험, 탄약보급, 고지탈환, 탱크체험, 평화에 대한 염원 등 전쟁 상황을 군인, 민간인의 입장에서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들로 구성돼 있다.

미취학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평화체험관은 전쟁과 평화를 테마로 한 재미있는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칠곡의 고지를 형상화한 놀이시설에서 고지탈환 체험을 해볼 수 있고, 볼풀장에서는 활발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다. 무너진 마을을 다시 세우고, 평화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놀이를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배운다.

4D입체영상관에서는 체험의자에 앉아서 실감나는 4D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치열한 전쟁 상황을 경험해볼 수 있다.

 

전투체험관
전투체험관을 둘러보는 어린이들.

전투장면을 묘사한 부조를 보며 계단을 올라가면 지상1층 호국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전투체험관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꾸며진 공간이라면, 호국전시관은 중고생 이상 청소년과 성인들을 위한 전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6·25전쟁의 발발부터 낙동강 방어선 구축까지 과정을 당시 영상과 지도 등 전시물을 통해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또 대형스크린과 한반도 지도모형 위에 펼쳐지는 영상은 칠곡에서 벌어진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한편의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당시 국군과 북한군의 무기, 복장 등도 전시하고 있다.

미 제7기병대가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고지를 탈환한 금무봉 전투, 북한군의 학살 만행이 벌어진 자고산 전투, 12일 동안 고지의 주인이 15번이나 바뀐 국군 제1사단의 328고지 혈전 등 당시 왜관전투, 낙동강 방어선 전투뿐 아니라 6·25전쟁 전 과정을 통틀어 최대의 격전으로 꼽히는 다부동 전투 등의 전시물들은 관람객들은 숙연하게 만든다.

호국전시관은 전쟁의 폐허에서 호국평화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오늘날의 칠곡의 발전상을 거쳐,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 희생된 호국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전사자 유품이 전시돼 있고, 유해발굴현장도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이 추모공간은 관련자료 부족, 참전용사 고령화, 국토개발에 따른 지형변와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로비층
기념관을 찾은 어린이들과 구멍난 철모 조형물.

기념관밖으로 나오면 호국평화탑과 스토리벽이 조성돼 있다. 뚫리지 않는 낙동강 방어선을 상징하는 호국평화탑은 6·25전쟁 기간인 1천129일을 의미하는 11.29m의 높이로 만들어졌다. 탑 뒤편 스토리벽은 유학산전투, 왜관철교 폭파, 융단폭격 등 칠곡에서 벌어졌던 대표적인 전투와 사건을 이야기로 구성해 보여준다. 그밖에 참전용사비, 낙동폭포, 왜관지구전적기념관 등도 호국평화기념관 가까이에 있다.

 

낙동강전투영상
대형스크린과 한반도 지도모형 위에 펼쳐지는 영상은 낙동강방어선전투를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면 6·25전쟁이 발발한지 두 세대가 지났다. 참전용사들은 90세 전후의 나이가 됐다. 호국용사 캐릭터 앞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아이들은 참전용사들의 증손들이다. 참전용사들의 자녀들도 백발이 돼가고 있고, 손자 손녀들도 중년을 바라보고 있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은 전쟁의 기억을 되새기고 평화를 향한 염원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공간이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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