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위한 박물관 교육을 톺아보며
학생을 위한 박물관 교육을 톺아보며
  • 승인 2019.06.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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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대사대부초 교사
박물관은 17세기 경 정립된 사회교육기관으로, 교육의 기능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고대 그리스의 문학과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들을 모신 신전인 ‘무세이온(museion)’에서 유래되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박물관 외에도 최근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갖가지다. 보존의 가치가 있는 자료를 다룬다는 특성으로 인해 교육으로의 전이력도 높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박물관 투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들이 생겨날 정도다.

실제로 박물관교육학회들이 활발히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박물관 교육과 관련한 전공자들의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박물관 교육’이 등장한 때는 1970년대 후반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인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박물관교육의 보편화’가 시작된 시기로 일컫는다. 국립 박물관만이 아닌 크고 작은 많은 박물관까지, 기관만이 아닌 개인에 이르기까지, 어른만이 아닌 어린이까지 아우르는 박물관교육으로 나아간 시기란 뜻이다.

초등학교만 해도 고학년의 현장체험학습에서도 한 번쯤은 박물관을 가는 경우가 많다. 인솔하는 교사 역시 해당 박물관이 주는 교육적 역할을 기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박물관의 전시품들을 제대로 살펴보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의외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전시품들 앞에서도 흥미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보여주는 한 가지 물건을 살펴보면서 앉은 채로 설명을 듣는 방식의 일제식 수업, 시범식 수업이 이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흥미가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전시품들은 유리장 안에 있어 학생들과 더 멀리 떨어져 있기까지 하니, 아이들의 시큰둥함은 어쩌면 당연할는지도 모른다. 박물관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반드시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풀어야 할 문제다.

영국의 디자인 박물관인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박물관교육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디자인 관련 유수 대학과 연계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디자인 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의 교수, 화가, 과학자들은 그들의 포트폴리오 작성을 도와준다. 왕립예술대와의 제휴를 통해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까지 한다. 어린 학생을 둔 가족을 위한 ‘백팩 프로그램’ 역시 이색적이다. 전시실을 제대로 보기 위한 활동도구, 보호자용 지도 지침서가 든 가방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연간 8천500명 이상의 가족들이 백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자면 마치 박물관을 탐험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천편일률적인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변화시키려면 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대전 한 기관에서 시작되었던 프로그램만 해도 그렇다.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화합해 예술과 과학의 조합인 ‘아티언스(Art+Science) 대전’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 전시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한 사진작가가 실험실의 전자현미경으로 만들어가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전한 자리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티언스는 대전의 특색 중 하나로 박물관을 포함한 곳곳에서 교육, 전시 등의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고 있다. 나는 그곳을 과학에 대한 가치관이 변할 정도의 충격으로 기억한다.

박물관의 수많은 세미나, 강연 중에서도 이런 멋진 특색이 있는 프로그램들은 선명하게 학생들의 뇌리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사고방식, 흥미, 감상, 신념, 가치 등을 발달시킬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이런 프로그램은 해외 유수의 프로그램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이 폐교된 학교를 이용하여 건립한 대구교육박물관이 6월 15일이면 개관 1주년이다. 개관 준비 때 교육 사료를 기증받는다는 광고글을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벌써 1년이 지났다. ‘교육’이라는 타이틀은 박물관이 가지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1년 내도록 전시나 공연, 체험 등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쟁 중 열린 피난학교의 사진자료부터 일제강점기 시기의 학생의 일기 등 각종 자료들이 전시 및 보관돼 있다. 각종 기획전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의 개설에 있어서 좀 더 교육과 가까운 매력적인 아이템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영남권 첫 교육박물관으로서 앞으로 발전할 일이 많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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