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왜 간결한 문체를 사용했을까?
헤밍웨이는 왜 간결한 문체를 사용했을까?
  • 채영택
  • 승인 2019.06.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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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대구신흥초등학교장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그만 돛단배로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팔십사일 동안 그는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문학동네)

1952년에 발표한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첫 부분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쉽고 간결하며 사실주의적 문장을 통해 원숙한 시적인 정서가 깃든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기자 출신인 헤밍웨이(1899~1971)는 쉽고 간결한 문체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기자 생활을 통해 간결하고 정확한 문체에 익숙했고, 당시 유행하던 사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 문체는 자신의 활동적인 성격과도 잘 맞는 것으로 보인다.

헤밍웨이는 1952년 오랜 침묵을 깨고 발표한 중편소설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모두 수상한 세계 문단의 거봉이다.

사실 이 작품은 그가 좋아했던 쿠바에서 어부인 그레고리오 푸엔테스가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푸엔테스는 53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다가 큰 물고기 6마리를 잡아서 오던 길에 상어를 만나 모두 잃고 돌아왔는데, 헤밍웨이가 이일을 소설로 쓰고 싶다고 하자 허락하였다. 그 후 이 소설이 너무나 유명해지자, 헤밍웨이가 푸엔테스에게 2만 달러를 주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헤밍웨이 특유의 간결한 묘사,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경이로움이 돋보이는 명작이다.

그는 행동하는 작가이며 1,2차 세계대전, 스페인내전 등에 종군기자로 참여하였으며, 간결한 문체를 사용한 그의 작품에는 철학이 없다고 말하였지만 인생에 대한 철학이 깊이 스며있다고 본다. 노벨문학상 작품이 해가 갈수록 난해해지는 것과 달리 헤밍웨이는 간결한 문체로 읽는 재미와 이해, 인생에 대한 관조 등 문학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였다.

헤밍웨이 같은 대작가가 왜 화려한 수식어를 버리고 간결하고 쉬운 문체를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문체가 쉬워도 그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 작가의 의도 등이 가벼운 것은 절대 아니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첫 부분을 적어도 50번은 고쳐 썼다고 기록하고 있다.

누구든지 글로서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려면 복잡한 형용사를 사용하여 초점을 흐리기보다는, 간결하고 분명한 문체를 사용하여 쉬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다니엘 호손은 “읽기 쉬운 글은 가장 쓰기 어렵다”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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