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의사’의 직언(直言)
‘일개 의사’의 직언(直言)
  • 승인 2019.06.3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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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아이꿈터아동병원 부장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공석(公席)에서 한 말은 그 책임의 무게가 매우 크다. 최근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오산시 4선 국회의원; 이하 안 의원)의 언행 때문에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만약 (병원허가)취소를 시켰는데도 병원장이 소송을 하게 되면, 특별감사를 실시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 “그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 자기 재산 다 털어놔야 된다.” 등은 지난 5월 오산시에서 열린 한 주민공청회에서 안 의원이 A병원 의사 B씨를 향해 한 말들이다.

사건의 전모(全貌)는 이렇다. 지난 4월, 의사 B씨는 오산시에서 18년간 해왔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폐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등 4개 전문과목이 있는 140병상 규모의 A병원을 개설하려 했다. 이에 오산시는 현행법에 따른 적법한 의료기관이란 판단 하에 허가를 내주었다. 문제는 이후 주민들 반발이었다. 주민들 관심이 모이자, 정치권도 개입했다. 이 지역구 의원인 안 의원은 오산시가 이미 허가한 A병원개설을 취소해야 한다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박 장관)을 만나 개설허가에 대한 시정명령을 요구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이미 허가를 마친 A병원에 대해 현행법과 무관한 ‘2008년 유권해석’을 들어 시정 명령을 했다. 며칠 후 안 의원은 주민공청회에서 병원개설허가 취소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서 생각해야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안 의원과 시민인식이다. 정신질환은 감기처럼 가벼운 것부터 암이나 중증질환[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처럼 심각한 것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적지지 속에서 적극 치료한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심해지면 다른 질환처럼 격리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정신질환치료를 지역사회로부터 밀어낸다면, 그래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지역사회에 큰 위험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또한 2017년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율은 전체 범죄 중 0.016%로, 이는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 있고, 지역민들이 이를 반대한다면 안 의원처럼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오산 시민들 중 앞으로 정신질환자들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며, 기존 환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언행은 지역사회 내에 생긴 갈등을 중재하여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하는 국회의원 역할을 망각한 적절하지 못한 것이었다.

또 한 가지는 안의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이다.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은 의원개인이나 소속정당 또는 선거구인의 이익보다 국가 또는 전체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국익우선의 의무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정신건강증진정책에 있어 국가와 지방자지단체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외면했다. 만약 그가 정신질환자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기에 정신건강증진정책에 필요한 정신병원설립에 그는 적극 동참해야 했다. 또한 공권력도 남용했다. 이미 법적허가가 난 것을 뒤집기 위해 박 장관과 오산시장을 만났고, 이 후 행정처리가 안된 부분을 이미 결정이 난 것처럼 주민들에게 설명하였다. 최근 그는 자신 SNS에 병원개설과 운영 과정에 편법이 있어 취소요구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해진 법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될 것을, 공권력을 강압적으로 행사한 점은 옳지 않다. 그는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려 했고, 국민과 시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장관과 시장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그가 공청회에서 했던 말이 적절한가이다. 백번 양보해 그의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국회의원 이전에 사람으로서 그런 말들을 해선 안 된다. 그는 말로서 국민 한 사람 인생을 폄하하고 협박했으며, 많은 의사들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현실적으로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일개 의사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여당 4선 국회의원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력은 일개 의사를 포함한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안 의원은 상기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은 모든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정당한 절차로 사용해야 함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가끔 뉴스에 일부 의사의 부적절한 행위가 보도되어 전체 의사들을 당혹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일탈 행위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선한 의사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이로 인해 의사들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경우가 있다. 이번 안 의원의 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지역과 나라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다수의 선한 국회의원들이 피해를 입고, 이에 실망한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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