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보는 중독, 게임중독
처음 맛보는 중독, 게임중독
  • 승인 2019.07.02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가끔 아들을 데리러 학교를 가보면 방과 후 아이들의 모습은 신기하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온라인 게임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동네 골목에서도, 학원 주변 곳곳에서도 둘 이상만 모이면 스마트폰으로 온라인상에서 만나 그룹으로 게임을 한다.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한다. 스몸비(smartphone와 zombie)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넋 빠진 시체걸음을 걷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이들이 딱 그 모습이다. 단지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을 넘어 친구들과 대화 속에서도 게임 내용이 주된 내용이고 이것을 모르거나 하면 그 대화에 그 놀이에 끼지 못한다고 한다. 필자가 어디서 들은 얘기가 아니라 초등학생 자녀를 양육하며 늘 보는 일상의 모습이다. 왜 이렇게 게임을 많이 하냐고, 그렇게 게임이 좋냐고 물어보면 안 하면 애들이랑 말이 안 통한다고 투덜대는 자녀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식 진단명으로 인정하여 국제질병분류체계(ICD-11) 개정판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시키며 ‘6C51’이라는 코드를 부여한 것으로 국내에서도 질병화 문제로 국내서도 게임산업진흥부처와 한바탕 크게 논쟁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장 코드 하나 생성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바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들의 게임 소비가 병이라 자각하고 반성하고 개선할 리가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 가장 큰 몸살을 앓고 있는 초중고등 일선 교사들이 이 코드 하나로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 않는가.

게임 과잉으로 인하여 초등학생 또는 학령기 자녀들과의 학교, 가정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며 이로 인하여 교사,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또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지를 직접 살펴본다면 질병코드화의 여부를 논쟁하는 것이 가장 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 게임 과잉화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상해를 입은 아이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료하고 효율적으로 게임 밖의 세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이로 이끌지에 관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게임중독 증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트렌드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용해 그들끼리 온라인에 모여 게임을 한다. 즉, 집에서도 쉽게 게임을 할 수가 있어서 중독이 더 용이하고 강력하다. 거기에서 승자는 밖에서도 승자로 군림할 수 있고 일종의 성취욕을 그 안에서 느낀다. 나이가 어릴수록 뇌세포의 세팅에 게임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뇌구조로 변형되기 때문에 게임 외 학습적인 것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항상 자극적이어야 하고 시각적으로든 청각적으로든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요소가 없으면 금방 지겨워한다. 수업 중에도 게임 생각에 감정이 쏠려 있어 이는 자연적으로 학습부진과 연결되며 대인관계에서도 ADHD 또는 언어에 있어서도 굉장히 폭력적이며 저급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나아가 자연스럽게 내재되는 잔인함도 큰 문제다. 정확한 의미를 안다면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비속어의 뜻을 아들이 물어보길래 기겁하며 어디서 들었냐고 그러면 누가 게임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을 자기도 전해 들었다고 했을 땐 스마트폰을 뺏어서 던질 뻔했다.

게임을 강제로 중단했을 때 금단현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약하게는 투정이나 짜증이지만 심해지면 자해까지도 일삼는 아이들의 모습에 학교에서 학생을 학습적으로 교육하고 통제하는 교사들과 가정에서 인성과 학습 그리도 생활 태도까지 모든 영역을 다양하게 지도하는 부모들은 이로 인한 막대한 정신적 고통과 혼란을 가져온다. 모든 영역의 다양한 영상을 전세계에 소개하는 유투브에서도 게임관련 영상은 과도한 과금유도를 어린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보여준다. 실수로 터치 한번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는 지금 이러한 것을 통제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페이커’이상혁 이라는 한국최고의 프로게이머도 게임의 중독성을 인정하며 게임이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주변이 도와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질병코드화 문제로 각각의 산업진흥상의 이해관계를 논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게임문화와 온라인 접근 태도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및 관리 지침이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