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경제 보복 조치’, 반면교사인 까닭은…
日의 ‘경제 보복 조치’, 반면교사인 까닭은…
  • 승인 2019.07.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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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억
서울정치부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이유로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란 카드를 꺼냈다.

일본에서 수출한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화학물질이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유입됐기에 수출을 규제했다는 논리다.

일본의 이같은 ‘한국, 대북 제재’ 발언은 미국의 ‘속마음’을 대신 전하는 눈치가 보이며, 대미(對美) 동맹국으로서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한국의 대중(對中) 관계·무역을 방해하는 모습도 동시에 연출된다.

일본이 노리는 것은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 조치 속에 한국의 경우, 중국 내 영업망 강화를 위해 만든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3(쓰리)쿠션 방식으로 우리 지식재산권이 중국에 전달되는 ‘패’를 흔드는 형국이다.

현재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국과 ‘관세 폭탄’ 카드를 던지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점유를 막고 있는 미국은 겉으론 ‘휴전 모드’에 들어갔지만 미중간 무역 갈등은 언제든 기술과 지식재산권 등을 중심으로 ‘격화’ 또는 ‘장기화’로 바뀔 수 있다.

과거 미국의 뒷통수를 두번(1941년 진주만 습격, 1985년 기술 패권 총공세) 치고 제대로 얻어맞은 일본의 논리는 ‘미국 주도의 자유 시장경제’ 편에 서서,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반도체 등 생산 차질로 결국 피해를 보게 될 중국과 유럽·미국시장 등으로의 수출 선점·확산을 노릴 수 있고, 그간 소재·부품 기술력을 일본에 의존한 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몸집을 키워온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난제를 전 세계에 강하게 어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앞서 일본의 전자업체는 1985년 미국과의 기술 패권을 놓고 인텔이 D램 사업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등 ‘실리콘밸리(미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첨단기술 산업단지)’가 범미국적 단결을 하도록 만들었고, 그 댓가로 플라자 합의(엔화 대폭 절상)와 1986년 계속된 미국의 보복 관세에 무릎을 꿇고 ‘미·일 반도체 협정’에 서명한 데 이어, 한국은 그 협정 30년만인 2017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랐다.

일본 정부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은 점을 노리고, 한국에 가장 타격이 클 만한 보복 조처를 오랜 세월 동안 쥐고있다 이제서야 꺼내 놓은 것이다.

그래서 ‘대북 제재’를 내세운 일본의 이번 전략은 미국의 그물에 걸린 ‘히로시마 원폭’과 ‘플라자 합의’에서 얻은 교훈(?)스럽다.

그런데 우리가 똑같은 그물에 걸려 이즈음 얻어야 할 교훈도 생겼다.

일본의 수출규제 단행후 우리 정부가 이제서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의 연구개발(R&D) 자립화 지원에 나서기 전엔 무엇을 했나?

‘기술하면 독일과 일본 제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하면 한국 제품’이라는 우리의 ‘민낯’을 보여준 시기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간 매년 수조~수십조원 씩 중대형 R&D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고도 해외등록 특허의 경우 100억원을 투입해야 겨우 1건 정도의 성과가 나오는 실정이고,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지않고 논문이 해외등록 특허의 성과보다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전 정부에선 ‘국가 R&D 비리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도 각 연구기관들이 참여한 R&D의 사업화에 대한 성공률과 제품화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실태조사(중앙·정부)를 한번에 확인 할 수 있는 공개 사이트 하나 없다.

이번 정부 출범하고 청와대내에 처음으로 국가 R&D 등을 챙기는 과학기술보좌관실 신설됐고, 올해는 처음으로 R&D예산이 20조원 넘게 편성됐다.

이는 GDP 대비 예산 비율이 세계 최고수준인데, 차세대 확실한 먹거리이자 특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인공지능(AI) 특허 출원 건수가 글로벌 10위권(중국 2위, 일본3위) 밖인 한국은 R&D 과제를 따내기 위한 ‘사업계획서(일명 제안서)’ 작성 대행 및 관련 전문 브로커들이 판을 치는 수준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나돈다.

반도체 뿐 아니라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지금, 일본 보복조치·사례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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