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이라니요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이라니요
  • 승인 2019.07.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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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올해 초, 유튜브 활동 여부에 대한 한 조사에 참여했었다. 사실 요즘 유튜브가 검색 엔진처럼 사용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조사는 마치 평소 구글링을 하는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는지 묻는 것처럼 뭔가 어색했었다. 이렇게 전국 교사들의 ‘사적인’ 유튜브 활동을 조사한 결과로 교육부는 며칠 전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마련하고, 시·도 교육청에 배포했다. 이 얼마나 시대 역행의 소식인지.

나는 ‘달지’의 구독자고, 그녀의 랩을 영상으로 몇 번을 보았다. 달지는 경기도의 초등학교 선생님 래퍼다. 교사 중에 구독자 수 1위라고 한 만큼 꽤 다양한 곡들이 올라와 있다. ‘잔소리’라는 곡은 꽤 내 가슴에 와 닿은 곡이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쇼미더머니 8에 지원한다고 해서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 달지 외에도 ‘혼공TV’나 ‘몽당분필’ 같은 소위 ‘쌤튜버(쌤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채널만 해도 전국 유·초·중·고 교사 1000여 명이 운영자로 활동한다. 크리에이터가 아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로 올라선 시대적 반영이 아닌가 한다. 이번에 발표된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 학생 교육활동 공유와 같은 교육 유튜브 활동은 장려한다는 방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아닐 때 취미와 같은 교육 외적 활동을 규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은 금지하고, 정치적이거나 특정 인물을 비방하는 영상 게재도 금지된다. 욕설을 사용하는 등 품위를 손상하거나 교사로서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행위도 금지한다. 구독자 1000명 이상, 연간 재생 시간 4000시간 이상으로 광고 수익이 따로 생기면 학교장에게 겸직신고를 해야 한다. 금지된 행위를 한 교사에게는 징계 처분이 내려진다.

언뜻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침을 뒤집어 보면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 어떤 사람이던지 인터넷에 영상을 올릴 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특정 인물을 비방하는 영상을 올려서는 안 되고, 이는 법적인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욕설을 사용하는 것 마찬가지다.

그러나 교원이기 때문에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올리면 좋을, 권장 받을 영상 주제가 있다는 것은 나는 조금은 거북하다. 왜 나의 채널을 보고하고, 나의 구독자 수를 보고해야 하며, 연간 재생 시간을 보고해야 할까? 근무시간이 아닐 때 외적 활동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규제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마치 허락해 주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또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교사로서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될 것인가에서도 고민이 된다. 혹시 먹방 유튜버가 되면, 살이 찌니까 교사로서의 직무 능률이 떨어진다는 말일까? 게임이나 뷰티 유튜버는 안 된다는 뜻일까?

한편으로 공무원 유튜버는 같은 공직에 있는데 괜찮을까? 어느 한 도시의 시청 홍보실 유튜버는 B급 감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그는 다행히 괜찮지만, 교사는 고매한 주제로 올려야 하는 건가? 그가 했던 ‘대신 자 드립니다’ 정도를 교사가 했다가는 어떤 징계를 받을 것인가? 교육부는 군인 유튜버는 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회사의 이익이나 명예를 침해할 경우에만 유튜버 활동을 금지한다고 하는데, 교육부는 개인의 자유를 좀 더 고려한 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콘텐츠 문제가 아니라도 개인의 자유, 개인의 선택을 침해하는 경우가 교육계에서는 왕왕 발생한다. 경직된 관료제적 특성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정말 시대착오적이다. 현대의 교육 서비스는 교육적 희생이 아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는 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가 자신의 고유한 권리를 내어놓고 몸 바쳐 희생한다는 말이 아니란 거다. 이번 복무지침은 한 마디로 이걸로 불법적인 돈 벌이를 하는 교사가 있을까봐 시작된 게 아닌가 싶지만, 교사이기 이전에 한 개인의 생활이 감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 영 찜찜하다. 글쎄, 좀 있으면 교사들 SNS에는 어떤 사진과 어떤 영상을 올려야 할지 지침이 내려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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