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삼국통일 이룬 영웅들 이야기 간직한 ‘역사의 고장’
[군위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삼국통일 이룬 영웅들 이야기 간직한 ‘역사의 고장’
  • 김광재
  • 승인 2019.07.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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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장군 머물렀던 장군리
1946년 동네 뒤 제동서원 만들어
해마다 5월 단오에 향사 지내
2017년부터 장군단오제 개최
지역 축제로 전통문화 계승 노력
주민이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
직원·가족 등 단체 방문 잇따라
 
김유신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유숙했다고 전해지는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 전경. 전영호기자
김유신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유숙했다고 전해지는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 전경. 전영호기자

 

2019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군위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


경북대로(5번 국도)를 따라 칠곡군 가산면에서 군위군 효령면으로 넘어가면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왼편으로 농협주유소, 물류센터, 하나로클럽이 널따랗게 터를 잡고 있다. 네거리 모서리에는 ‘구효령정류소’ 간판을 이고 있는 나지막한 집이 유적처럼 앉아있다. 도로변 상가에는 식당과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많다. 대구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전원주택지로 관심이 높은 듯하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효령면사무소가 중구리로 옮겨가면서 사람들은 이 일대를 ‘구(舊)효령’이라 부르게 됐다. 예전에 효령면의 중심이었음을 뜻하는 구효령이란 지명도 벌써 1백 년이 넘어 점점 잊혀가고 있다. 그 대신 최근에 새로 얻게 된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이란 이름이 사람들의 기억에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지난 2013년 장군1~4리, 장기1~3리, 고곡3리 등 8개 마을을 묶어 고지바위권역 농촌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됐다. 장군리는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위해 군사를 이끌고 가다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고려말 효령군(君)에 봉해진 사공중상의 상소로 마을 뒷산 위에 효령사(장군당)를 짓고 김유신, 이무, 소정방 3장군의 위패를 모셨다고 한다. 1946년에는 동네 뒤에 제동서원을 건립했고, 1993년에는 효령사를 중수하고 제동서원에서 효령사로 올라가는 309계단을 만들었다. 해마다 5월 단오에 향사를 지내고 있다.
 

포토존
포토존으로 만든 해바라기밭과 고지바위권역 다목적센터.

장기리는 옛 효령시장이 있던 자리라 하여 붙은 이름이며, 고곡리는 마을 뒤 계곡이 급하고 높아 얻게 된 이름이다. 장기3리의 중심마을은 고암동, 고지바아, 고지바우라 불리는데, 마을 뒷산에 고지바위라는 큰 바위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고지바위권역 사업을 통해 마을별로 회관 신축, 진입로 정비, 공동주차장 조성 등이 이뤄졌고, 체험장, 세미나실, 카페, 식당, 주방 등을 갖춘 고지바위권역 다목적센터도 건립됐다. 다목적센터에서는 어린이, 학생,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역량강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북형 행복씨앗마을 주민공모사업에도 선정돼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의 사업이 더욱 풍성해졌다.

장군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활동은 모양절편 만들기, 천연세제·비누 만들기, 수제 소세지 만들기, 돈가스 만들기, 핸드드립 커피 체험, 미니가야금 제작 등이 인기가 높다. 군위, 대구 지역의 유치원·학교를 비롯해, 구미산업단지 기업의 직원 가족들도 단체로 체험을 하러 온다.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쌀, 제철 농산물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장군마을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를 인터넷으로 모집하면 신청이 폭주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직접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보니 상시 운영할 수가 없다. 장군마을 이준남 사무장은 “두세 사람인데 체험을 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고 거절할 때는 늘 미안하죠. 농사철에는 적어도 20명 정도는 돼야 주민들이 일손을 놓고 나와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장군마을자림지
자림지.

장군마을에서는 농산물 수확체험도 할 수 있다. 가시오이의 전국 최대 생산지 군위군답게 가시오이 수확체험이 중심이다. 그밖에도 철에 따라 방울토마토·딸기·호박 수확체험도 가능하다.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은 전통문화 계승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년 단오절 김해 김씨와 연안 이씨(이무 장군은 태종무열왕에 의해 연안후로 봉해졌으며, 신라에 귀화해 연안 이씨의 시조가 됐다) 문중은 제동서원에서 향사를 지내왔다. 2017년부터는 향사와 함께 축하공연, 널뛰기, 창포 머리 감기 등 민속축제도 함께 열리고 있다. 고려말 장군당이 처음 건립될 당시, 단오에 관민이 함께 제를 올리고 단오놀이를 한 것처럼, 세 장군을 기리는 행사가 지역축제로 복원됐다고 할 수도 있다. 지난달 7일 군위문화원 주최로 장군마을에서 열린 제3회 군위 장군단오제는 삼장군 기마행렬 재현을 비롯해 다채로운 공연, 전시, 놀이가 벌어져 성황을 이뤘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장군단오제와 더불어 옛 장군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경북대 자연사박물관도 장군마을의 주요한 관광자원이다. 물속생명관, 야생동물관, 공룡화석관, 지질암석관, 곤충관, 식물자원관, 조류생태관으로 나눠 박제, 표본, 화석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영상 시대의 어린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어른들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평화롭고 깨끗한 농촌에서 조용히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수변 데크, 정자가 설치된 연못 자림지 주변을 둘러보고, 장군당까지 309계단을 오르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도 좋다. 다목적센터 앞에는 박덩굴을 올린 터널과 해바라기밭이 멋진 포토존을 만들고 있다. 여름부터 한두 송이씩 피어나는 코스모스는 가을이면 바람에 군무를 출 것이다.

가족 친지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을 한두 가지 하고, 경북대 자연사박물관과 마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체험관광 코스로는 충분하다. 여유가 있다면 장군마을에서 매곡리, 용수리를 거쳐 제2석굴암과 대율리 한밤마을을 둘러볼 수도 있다. 김병태·김광재기자

 

 

사공록위원장
 

 

"장군단오제, 1300년 역사 자랑", 사공록 위원장

“우리 마을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는 연 1천20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3년 만에 3천700명 정도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체험 프로그램으로 얻는 수익은 미미하고, 질이 좋은 재료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지요.”

고지바위권역 장군마을 사공록(사진) 위원장은 체험 프로그램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육이, 연극, 요가, 노래교실 등 주민 활동도 활발한데, 특히 연극이 열정적입니다. 김유신과 천관녀 이야기, 콩쥐팥쥐 이야기로 공연을 했고, 지금은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등 예전 우리가 성장할 때의 이야기를 엮어 대본을 쓰고 연습을 하고 있어요. 마을 축제가 기대됩니다.”

사공 위원장은 또 문중 행사로 치러지던 장군당 향사 장군마을의 단오문화제로 발전시킨 것이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강릉, 경산 단오제가 유명하지만 우리 장군단오제는 1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인 근거도 분명합니다. 장군단오제로 다시 시작된 지 3년 만에 상당히 확대됐는데, 내년에는 더욱 좋은 축제가 되겠지요.”

사공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듣는 동안 체험실에서는 부계중학교와 효령중학교 학생 20여명이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학습을 하고 있었다. 두 학교 학생을 합해도 도시 학교 한 반 학생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군에서 신공항 유치에 힘쓰고 있는 것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군위는 귀촌인들이 있어서 인구가 급하게 줄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정착해서 농사 이외에 이런 프로그램에도 힘을 보태면서 서로 돕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볼만한 곳>

◇군위 삼존석굴

 

군위삼존석굴
 

군위군 부계면 국보 제109호 아미타여래삼존석굴은 흔히 제2석굴암으로 불린다. 이 석굴은 경주 토함산 석굴암보다 먼저 조성됐으나, 1962년에야 발견되어 제2석굴암으로 불렸다. 동남향의 거대한 암벽에 조영된 석굴의 입구는 원형에 가깝고, 굴 안의 평면은 대체로 정사각형이다. 석굴의 높이 4.25m, 본존의 높이 2.88m, 왼쪽 보살 1.92m, 오른쪽 보살 1.8 m이다. 발견 당시 석굴 앞에는 주춧돌만 남아 있어, 사찰 복원사업으로 1989년부터 선방, 산신각, 종무소, 법당, 소하천 등을 증개축했다. 신라의 불교 공인 전 수도하던 곳으로, 8세기 중엽 건립된 경주 토함산 석굴암 조성의 모태가 됐다.

◇한밤마을
 

한밤마을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은 신라시대 홍란이라는 선비가 이주해 오면서 부림 홍씨 집성촌이 됐다. 원래 마을 이름은 밤(夜)을 뜻하는 일야 혹은 대야였으나, 고려 때 홍로라는 선비가 뜻이 좋지 않다고 밤율(栗)로 바꿔 대율이 됐다고 한다. 경오년 대홍수로 떠내려온 돌들을 이용해 쌓았다고 전해지는 마을의 돌담이 유명하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지정문화재인 대율리 대청이 있고 그 옆에는 남천고택이 있다. 산세에 따라 북향해 필봉을 바라보고 있는 이집은 250여 년 전 홍우태의 살림집으로 지어져, 그 후 수차례 걸쳐서 중수됐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등 여러 방송에 소개됐으며 한옥체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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