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 이야기] 옥상·베란다·담장 앞…자투리 공간서 행복이 자란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 이야기] 옥상·베란다·담장 앞…자투리 공간서 행복이 자란다
  • 임종택
  • 승인 2019.07.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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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비율 높여 열섬현상 감소
냉방비 절감하는 ‘경제적 가치’
작물들이 내뿜는 신선한 산소
공기 맑게하는 ‘환경적 가치’
이웃·가족들과 작물 기르며
커뮤니티 형성 ‘사회적 가치’
병원 내 환자들 자신감 키우고
심리불안 없애는 치료 효과도
공영텃밭의 모습
대구 수성구 한 공영텃밭. 공영텃밭이 깨끗이 잘관리되고 있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5) 도시농업의 가치와 미래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는다? 도시 속에서도 각종 채소와 약용 식물을 심고 심지어 모내기를 하기도 한다.

즉 도시농업이란 도시 내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도시내에서 농업 활동을 하는 공간은 어디에 있는가?

자투리 공간인 옥상이나 아파트의 베란다, 집집마다 담장 앞이나 후사면의 빈 공간, 그리고 공공공원의 일부 여유 공간 등 어느 곳이나 빈 곳(open space)이 있으면 먹거리와 관련된 작물을 키울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빈 공간을 활용하여 농사를 체험하거나 과거 선조 때부터 행해오고 있는 관행 농업 즉 농사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농업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공동체 작업으로 얻어지는 훈훈한 인간적인 공감대와 정(情)을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사람들은 도시속 농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는 아버지는 퇴근을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텃밭으로 가서 자신이 심은 배추와 상추 가지와 토마토 등 각종 먹거리들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즐거운 일상이다. 저녁 밥상 위에 자신이 기른, 농약과 화학 비료를 주지 않은 유기농 채소를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뿌듯한 행복감이 밀려옴을 느낀다.

도시에서의 농사는 농촌에서 행해지고 있는 생계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과는 다르다.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에서는 아래와 같이 도시농업의 유형을 분류하고 있다. 첫째 주택이나 공동주택의 내·외부 난간 옥상 베란다 등을 이용하거나 인근토지의 빈 공간을 이용한 주택활용형이 있고, 둘째 주택이나 공동주택 주변의 근린생활권에 위치한 토지 등을 활용한 근린생활권형이 있다. 그리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공영 도시농업공원이나 민영 도시농업 농장 또는 도시공원을 활용한 농장공원형 도시농업과 학생들의 학습과 농사에 대한 체험을 위주로 학교의 빈 공간의 토지나 교실의 옥상을 활용한 도시농업인 학교교육형 도시농업이 있다.

농업에 대한 가치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거론의 여지가 없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업은 생명의 유지를 위한 먹거리의 생산은 그 일부에 속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게 된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수 있는 가치 즉 작물을 직접 기른 경험자는 비경험자에 비해 더 많은 농산물을 소비하고 도심의 건물 벽면 및 옥상에 작물을 재배하므로써 더운 여름날의 강렬한 일광을 차단하여 냉·난방비를 절감 할 수도 있고, 도시 녹지의 비율을 높여 도심 열섬 현상의 감소나 홍수 방지 효과에도 도움을 주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

그리고 옥상과 건물 벽면에 식재한 작물들이 내뿜는 신선한 산소 유해 가스의 흡착과 음이온의 발생 등 도시의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환경적 가치 그리고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하며 무분별한 도시화로 인해 파괴되고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 그리고 옥상 텃밭 정원이나 작물을 이용한 벽면 녹화의 일종인 그린 루프(Green roof)는 도시를 더욱 생동감 넘치게 만든다. 바로 환경적 가치다. 이는 도시숲이 가지는 환경적 가치와는 또 다른 차원의 질적 요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누는 소통과 가족간 이웃간의 긍정적인 커뮤니티 형성은 물론 도시농업을 통해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므로써 장애인 노숙자 그리고 병원의 환자 등의 자립 의지와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사회적 가치는 무엇보다도 크다.

마지막으로 도시농업은 바로 교육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숲이 천연 도서관이라고 하듯 도시농업 공간은 자연속의 교실이다. 녹색의 공간은 작은 곤충들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삭막한 도심의 공간에서 우리는 이 작은 생명체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재생되고 있는 자연 학습장에서 이용자는 이렇게 작은 생태계 속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어우러 살아간다는 사실을 배울수 있다.

이렇듯 도시농업은 도심속에 이루어지는 농사의 일종이지만 관행 농업과는 또 다른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농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 존재했던 테라스형 농지나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 있었던 왕비의 텃밭과 오두막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도시농업의 활발한 전개는 양잠을 하던 서울 잠실과 잠원동, 궁중에 채소를 공급하는 내농포(內農圃)가 있던 종로구 권농동, 왕실의 고추 재배용 고초전(苦草田)이 있던 연희동 등을 들 수 있다.

 

대구 수성구 한 공영텃밭. 공영텃밭이 깨끗이 잘관리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공영텃밭. 공영텃밭이 깨끗이 잘관리되고 있다.

도시에서 농업이 분리된 것은 근대 산업화 이후의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시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이 도시농업이라는 형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얼마전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하고 있는 한 공영 도시농업 농장을 찾았다. 도심속의 농장이라기보다는 도심지 외곽에서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텃밭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우선 농약과 비료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텃밭에 가까워질수록 열매 채소와 잎 채소의 신선한 향기가 코 끝에 와 닿았다. 텃밭 한쪽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손녀딸이 호미를 들고 오순도순 밭을 메고 있는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어쩜 저리도 자연스럽고 정감이갈까.

수십개의 텃밭이 모두 잘 관리되고 있었다. 웬지 고향집에 온 듯 푸근하다.

 

각종 채소가 자리고 있는 병원 텃밭. 텃밭은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각종 채소가 자리고 있는 병원 텃밭. 텃밭은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도심 한복판의 한 병원 옥상에는 상자 텃밭이 정갈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한 수간호사는 “10층 옥상 텃밭에는 병동에 있는 많은 환자들이 수시로 올라와서 고추며 오이며 싱싱하게 자라는 각종 채소들을 지켜보며 만져보고 하는 동안 잠시나마 병실 내의 답답하고 지친 심신이 안정되고 병세가 회복되는 것 같다고 많은 환자들이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작물과 꽃을 이용한 치유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병상의 환자들뿐만아니라 보호자들도 옥상의 도시농업 텃밭농장에 올라와서 자신을 돌본다. 희망과 활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이 바로 나 자신을 만드는 생명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애정이 가고 눈길과 손길이 간다. 이렇게 병원 안에서의 치료와 더불어 저하된 자신의 생명력을 북돋워 주는 식물의 힘이 바로 원예치료라는 이름으로 탄생된 것이다. 심리 불안의 치료와 특히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돕는 대안 치료의 수단으로 원예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최근 많이 연구되고 증명이 되고 있다.

미래의 도시농업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도시농업의 다원적 이익과 기능을 감안한다면 부족한 텃밭 농원의 공급과 편의 시설의 확충 그리고 이를 위한 행정 기관의 지속적인 후원과 조례의 제정 등이 과제로 남겨질 것이다. 도심공터에서 지역민들과 한바탕 어울려 벼타작 보리타작을 할 날이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도시숲조경관리전문가되기저자2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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