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냉정을 찾을 때다
한·일 경제전쟁, 냉정을 찾을 때다
  • 승인 2019.07.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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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불안불안하던 한·일 관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좀더 확전되면 한쪽이 무릎을 꿇을때까지 갈때까지 갈 태세인 것 같다.

지난 4일 일본 아베 총리가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3대 소재(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에칭가스)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후 냉철한 사태 해결이나 궁극적인 중장기 대책보다는 감정과 감성에 이끌려 국론분열까지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최첨단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2019년 7월 현재 SNS상에 토착왜구, 쪽바리, 빨갱이, 간첩 등의 단어들이 쉽게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지금이 21세기 인가 싶을 정도다.

일본의 경제보복 원인은 한일청구권협정 합의를 깬 대법원 판결로 인한 신뢰 훼손,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의 승부수,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기위한 것 등등 다양하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정치·외교력을 동원해서 일본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경제전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우리측의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절호의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될 것은 우리가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재, 부품, 장비는 한마디로 일본 기술경쟁력의 결정체로 이들 핵심 소재가 없으면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핵심소재 수 천억원 때문에 수십 조, 수백 조의 완제품을 생산 못하니 피해는 우리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이번 소재 수출규제가 전 세계 반도체 D램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세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핵심 품목으로 혈을 찌른 점, 수출허가 절차를 면제해주는 화이트리스트(white list) 27개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시켜 첨단소재 및 전자분야를 중심으로 총 760개서 1천여개에 달하는 일본산 소재의 한국 수입을 어렵게 해 2030년 비메모리분야 세계1위를 꿈꾸는 삼성전자와 수소차·AI 등 미래먹거리 사업에 치명타를 입힐만큼 일본은 치밀하게 계산해 작심하고 경제보복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한국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정치적·외교적 문제를 두고 경제적으로 보복하고 있는 일본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갈등 원인을 두고 티격태격하며 감정적으로 맞설 경우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이 세계3위 경제국인 일본보다는 더 큰 타격을 입을것이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수 있다는 것이다.

반일(反日)보다 극일(剋日)을 하고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력을 키워야 할때인데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거나 일본의 입장도 일정부문 고려해 원만한 해결을 해야 한다고하면 ‘토착왜구’니 ‘친일’이니 하며 몰아붙이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듯 싶다. 또 ‘아베편들려면 동경으로 가라’ ‘항일 운동하는 마음으로 온국민이 나서야 한다’ 등 정치권이 국민 감정·정서를 자극한다고 해서 이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을 지도 의문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국민 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노려 사태를 장기화 시키려는 쪽은 반드시 응당한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조금 더 냉정해지는 것이다.

1965년 한국의 GDP가 일본 GDP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분의1까지 추격했다. 한국이 일본을 능가할 수 있는 상황도 분명히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차별적인 감정적 대응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수출다변화, 주요 소재의 국내 생산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자칫 감정싸움만 하다가는 집안의 대들보가 무너질 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한다.

일본의 소재 부품회사들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며 장인정신을 갖고 장수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할수 있는 환경 조성과 3~4대로 이어져 가업을 승계할수 있는 문화와 정부의 지원도 중장기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뿐만아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도 다시한번 되돌아 봐야한다. 암기식 위주의 수업과 우수학생들의 탈(脫)이공계 현상 및 의대 선호현상이 고착화되면 대한민국의 기초과학이나 최첨단 기술개발은 갈수록 요원하다. 우수인재들이 의대, 공무원, 교사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이공계 육성책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때도 국익을 위해서 동맹국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 왔는 지를 되새겼으면 한다. 맞붙어서 이길것 같으면 확실하게 승부를 보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확전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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