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올바른 행동을 본받자(法儀)
사람의 올바른 행동을 본받자(法儀)
  • 승인 2019.07.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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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교장
“야호! 여름방학이다.” 초등학생이 소리치며 신명이 났다. “휴! 힘들었다.” 교사는 조금 홀가분한 여름휴가를 맞을 것이다. “아이쿠! 아이랑 방학을 어떻게 지내나?” 부모의 입에선 절로 한숨이 나온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어떻든 아이, 교사, 부모는 자신의 태도와 행동에 일관성이 없는 부조화가 내적으로 일어난다. 평소와는 다른 모순투성이의 감정이 스멀스멀 일어나는 것이다. 제 눈에 안경이다.

그건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과 일치하는 신념은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 한다. 확증편향은 침투력이 상당히 강력하다고 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개인, 가정, 학교에서 발생하는 온갖 마찰과 논쟁과 오해의 중요한 부분을 만들기도 한다.

70대의 딸과 90대의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확증편향이 심한 것을 느끼게 된다. 90대의 어머니는 오직 자기 생각에만 사로잡혀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은 말만 한다. 아무리 피상적이고 객관적인 말이라도 90대 어머니는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무시한다. 급기야는 독선적이 되어 모녀지간에 갈등이 생긴다. 자기이행적 생각 때문에 생기는 확증편향 현상들이다. 갈등은 예방이 최고의 명약이다.

‘묵자(墨子)’에 ‘법의(法儀)’라는 말이 있다. ‘의(儀)를 본받자.’라는 뜻이다. 해석하자면 ‘사람의 올바른 행동을 본받자.’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묵자는 억측을 억제하고 실험을 중시했다. 특히 법도를 중시했다. 그 법도를 항상 표준으로 삼았다. 세 가지 기준의 삼표법을 만들었다. 첫째가 이론적 배경이 되는 근거를 제시했다. 옛날 어진 임금들이 실행한 사실들을 사적(事績)에서 찾았다. 둘째가 실증이다. 반드시 일반 서민들이 보고 들은 사실에서 실제를 찾았다. 셋째가 효용이다. 당시의 형벌과 정치가 국가와 백성의 이치에 과연 합당한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근거, 실증, 효용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묵자는 직각을 재는 ‘방법(方法)’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네모를 만드는데 직각을 재는 굽은 자인 ‘구(矩)’, 원을 그릴 때 사용하는 그림쇠인 규(規), 먹줄을 사용하여 원을 만드는데 쓰는 승묵(繩墨), 수직을 바르게 만드는데 사용하는 현(縣), 평면을 측정하는 수평기인 교공(巧工)의 다섯 가지를 직접 사용했다. 구(矩), 규(規), 묵(墨), 현(縣), 교공(巧工)은 장인들이 지녀야 할 필수품들이다. 묵자는 사람들도 이 ‘방법’을 척도로 삼을 것을 말했다.

‘방법’은 법도를 말한다. 원래 법(法)의 글자는 물이 아래로 내려간다는 의미이다. 옛날에 머리에 뿔이 달린 해치수(??獸)라는 동물이 있었다. 광화문 앞에 있는 해태(??)가 해치수이다. 그 동물은 죄 지은 사람을 물에 빠뜨려서 죄를 심판했다고 한다. 이 해치수가 바로 법(法)이다. ‘본받는다.’는 의미이다.

묵자가 말하는 ‘의(儀)’는 ‘몸가짐’을 말한다. 거동을 말하는데, 이 말의 어원은 ‘임금의 나들이’이다. 윗사람의 자세이다. ‘사람의 올바른 행동’을 일컫는다. 이렇듯 법의(法儀)의 의미는 심오하다.

진나라의 재상 상앙은 ‘법이 행해지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그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래서 법령을 시행함에 있어서 법을 지키지 않은 태자를 처벌코자 하였다. 주위의 만류로 태자를 벌하지 못하고 스승은 묵형(墨刑)에, 보좌하는 신하는 비형(鼻刑)에 가차 없이 벌하였다. 백성들은 법이 너무나 엄격하였기 때문에 두려워하여 법을 지켰다. 태자가 왕이 되자 상앙은 자기가 만든 엄격한 법에 의하여 죽임을 당하였다.

공자는 56세가 되어 노나라에서 법무부장관이 되어 법을 집행하는 일을 맡아 하였다. 3개월이 지나자 공자의 덕행이 온 나라 안에 퍼지게 되었다. 상인들은 서로 신뢰가 생기고, 남녀 간에는 풍기문란이 없어지고, 길에 떨어진 남의 물건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아 매우 안정된 도불습유의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법의 집행에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영향에도 물론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아이, 부모, 교사들은 확증편증에 대하여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모두에게 법의(法儀)가 필요한 시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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