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도입 신중해야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신중해야
  • 승인 2019.07.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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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변호사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임재화 변호사
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정부가 다시 집값을 잡기 위해 극약처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카드입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하락세를 이어 가던 서울 아파트값이 7월에 들어서면서 반등하기 시작한 것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경제 정책 중에 하나가 집값 잡기인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갖은 대책을 세워도 집값이 슬금슬금 올라가니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는 직접적인 가격통제 카드를 빼들기 직전입니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통상 감정평가 금액으로 적용되는 지가에다가 표준 건축비를 더해서 일정 수준의 이익만을 인정하여 분양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를 처음 도입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도입하였지만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전세대란이 일었습니다. 그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경기가 나빠지면서 미분양이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그 적용 대상 사업장이 없어지면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가 소멸하게 됩니다. 일단 집값은 잡혔었습니만 그 원인이 분양가 상한제 영향이라기 보다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였습니다. 잠시 주춤했던 집값은 그 이후에 폭등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일단 단기적으로 분양가 인상을 억제함으로써 주변 아파트 가격의 상승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주택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집값을 폭등시켜 경제 전체 위기의 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하여 건설사는 민간 용지에 대한 개발을 중단할 것입니다. 즉 집값은 건축비 보다 땅값이 결정하는데 땅 소유자들이 낮은 가격에 땅을 제공할 리가 없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이익은 줄고 리스크가 더 커지는 어려움이 생겨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결국 공급은 줄게 되는데 수요가 늘 풍부한 서울 강남 등은 기존 아파트 값이 오히려 폭등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보다 더 큰 걱정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하여 건설 경기를 급속도로 하강시키게 되고, 그 여파는 다른 경제 부문까지도 빠르게 미치게 될 것입니다. 안 그래도 국내 경기가 최근 들어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 상황임은 정부도 인정합니다. 며칠 전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였습니다. 여기에다가 어설픈 외교 정책으로 일본과의 경제 대립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전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일시적인 집값 잡기에만 몰두한다면 우리 경제는 상상하기 싫은 상황으로 빠져 들 수도 있습니다.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의 지적처럼 정부가 잡아야 할 것은 가격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선호 지역의 집값은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강남 집을 살 수는 없는 상황임이 현실입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강남에 근접할 만한 신도시를 만들고 신혼부부 등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지속적으로 실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경험하여 실패한 정책임을 알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도입한다는 것은 그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특히 대구 수성구 등에까지 적용한다면 지방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입니다. 현 정부 지지자들의 여론을 잡기 위하여 집값을 정치 선전용이나 내년 선거용으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경제는 현실입니다. 너무도 다양한 이해 관계가 존재하고, 각 경제주체들의 이기심으로 인하여 선과 악으로 재단하기도 어려운 것이 경제 문제입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결국 최초 수분양자에만 이익이 있고 결국 집값이 더 폭등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입니다. 아마추어적인 정책을 펴지 말고 현재의 집값이 꿈틀대는 원인을 아주 정밀히 탐색하여 미시적인 대책을 세우면서 그 추이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가 위기를 자초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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