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우거지면 새가 날아오듯이
숲이 우거지면 새가 날아오듯이
  • 승인 2019.07.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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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용 금화복지재단 이사장
이곳은 황무지였다. 잔 대나무 숲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고 굴곡이 심한 땅에 가시덤불에 잡초만 무성한 곳이었다. 날이 어서 밝기를 기다려 새벽이 되면 톱과 낫을 들고 달려왔다. 황무지가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되기까지의 나의 노력은 필설로 형언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도록 유치원 자연학습장을 만들기 위해 생태 유아교육 체험 현장을 만들었다. 어른들의 속셈과는 아랑곳없이 네모난 교실에서 벗어나 자연학습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탄성….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 입을 모아 합창을 하고 들뜬 마음을 표정으로 나타내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때 자연이 주는 기쁨과 학습장을 관리하고 환경을 제공해주는 생태교육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기쁨을 안겨준 그 자리에…. 늘그막에 사회복지 공부를 마친 저는 또 한 번의 생각을 뛰어넘어 복지재단을 설립해 늘푸른 실버타운을 지어 어르신을 편안한 노후를 이곳에서 보낼 수 있도록 설립했다.

자연환경이 좋으면 새가 저절로 찾아오듯이 어르신과 보호자들이 깨끗한 시설에 꽃과 나무가 풍성하게 어우러진 환경을 보고 안심이 되어 저절로 발길이 머무를 수 있겠다 싶었다. 가지를 쭉쭉 뻗은 나뭇가지와 꽃들이 화사하게 피는 것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이고 땀을 흘린 대가다. 자연환경이 우거지면서 나무 위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놀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새삼 신기하다. 매년 4월이 되면 금잔화 모종을 옮기는 재미와 남들이 안가지는 행복을 순간순간 맛본다.

숲이 우거지면서 새가 날아오듯이 늘푸른 실버타운은 입소 어르신이 항상 대기한다. 세상 어디에도 당장 열매를 딸 수 있는 건 없다. 씨를 뿌리고 공을 들이고 시간이 흘러야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게 어디 자연 뿐이랴. 직원교육을 통해 원 운영이 잘되고, 성장시키는 일도 모두 지극한 정성을 쏟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교육을 통해 삶의 가치를 알아가면서 일을 하다보면 더 품격있는 일이 되어 입소 어르신들에게 만족을 주고 금화동산에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지난날 내가 일하던 젊은시절은 일할 곳만 있으면 행복했고, 좀 큰 회사에 취직만 하면 대단한 출세라도 한 것 같이 으스대던 그 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다. 지금은 좀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능동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LED급으로 변화하는 현재는 워라밸(work & life belence) 세대라고 해서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일에만 전력하지 않는다. 직원 복지가 잘 되어 있는지, 근무 일수나 근무 시간은 적정한지, 직장에서의 행복지수는 높은지 등으로 직장을 선택한다.

그래서 늘 고심하게 된다.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에게 어떻게 만족감을 줄 것인가. 직원들에게는 어떤 희망을 줄 것인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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