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결혼 문화
카자흐스탄의 결혼 문화
  • 승인 2019.07.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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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교육학박사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 큰 나라로 중앙아시아 동유럽에 위치한 나라다. 넓은 초원과 사막에 태양이 내리쬐고, 한바탕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색 창연한 무지개가 하늘을 수놓았다. 대지에는 곧 평온이 찾아왔고, 낯선 이방인들을 맞이해주었다. 내 기억은 밀레의 만추에 나오는 평온한 들녘을 상기시켰고, 펄 벅의 대지를 떠올렸다. 말이 통하는 고려인 여성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국민소득이 만 불 밖에 안되는데도 알마티라는 거대한 도시를 누비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 지적했다.

도시 속에 숲으로 우거진 공원이 많았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랑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그들은 멋진 포즈를 취하며 마냥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왕 내친김에 고려인 여성에게 카자흐스탄의 결혼 풍습에 대해 물어보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쇼킹한 결혼 풍습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소위 우리 조선시대에 과부를 납치하는 ‘보쌈 풍습’이 아직도 카자흐스탄이나 이웃 키르기스스탄의 시골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키르기스어로 ‘알라 카우’라고 불리는 이 납치 결혼의 의미는 “잡아서 달아나기”라는 뜻이다. 유목민 시절의 결혼 풍습이 관습이 되어 이어져 내려오는 ‘현대판 보쌈’이었다. 납치당한 신부는 신랑집에 며칠 동안 갇혀 지내고, 신부 부모들이 와서 협상을 한다고 한다. 남자가 마음에 안 들어도 무슬림 국가에서는 순결을 중시하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납치당한 것이 소문이 나기 때문에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도 없다.

심지어 약혼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황당한 결혼을 한 신부는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카자흐스탄의 결혼 풍습은 신랑이 지참금 명목으로 신부집에 소 한 마리와 현금을 ‘신부의 몸값’으로 건네기도 한다.

경제력이 없는 젊은 남성들은 ‘알라 카우’라는 관습을 통해 결혼을 한다. 가끔씩은 사랑하는 남녀가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려고 가짜 납치 조작극을 벌여서 결혼에 성공하기도 한다. 딸 가진 부모들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전통과 풍습이라기엔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이고 야만적이다. 국가에서도 여성의 납치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하고 있지만, 오랜 관습의 영향으로 크게 중죄로 보지 않는다.

카자흐스탄의 현재 결혼 문화는 의외로 선진국형이다. 두 사람의 증인만 있으면 되고, 남녀가 동사무소에 가서 신고만 하면 된다. 그리고 가든 파티를 하거나 카페를 빌려서 맛난 음식을 장만해서 친척이나 지인들을 초대해 밤새도록 파티를 연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주로 꽃이나 부케를 들고 가서 축하해준다. 축의금을 내야 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혼주나 신랑신부와 겨우 눈도장만 찍고 축의금만 전달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치러지는 우리나라 결혼식장의 풍습보다는 인간미가 있고 정감이 있어 보였다. 인류의 결혼 역사를 살펴보면, 남녀가 서로 경제적 측면과 생존의 욕구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남자가 사냥을 하고 먹거리를 채집해오면 여자는 살림을 하고 요리를 한다. 결혼이 실용주의 문화로 자리 잡다가 산업화가 되면서 경제와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면서 사랑을 전제조건으로 한 결혼이 이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도 결혼을 신분 상승이나 기회로 생각하고 가족들끼리 모여 평상복 차림으로 혼인서약을 했다. 결혼을 사랑의 언약이나 낭만적 표현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운 것이 19세기 이후 빅토리아 여왕이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나라마다 환경과 여건에 따라 결혼문화가 조금씩 다르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결혼문화를 접하면서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들도 많이 변화했지만 여성을 납치해서 결혼을 했다는 전통은 잘못된 문화이고 악습이다 ‘알라가 추’ 식으로 사랑과 믿음 없이 결혼한 그들이 잘 살수 있을까 궁금했다. 최근에 카자흐스탄도 이혼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얼핏 알리가 추 문화의 잠재된 결과가 아닐까 우려되었다. 공원에서 웨딩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는 남녀를 보면서, 이 신랑은 현대판 백마 탄 왕자 오리라 상상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름다운 신랑 신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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