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이, 정체성 혼란 이미지로
작가 서인혜는 ‘버무려진 막’전으로 찾아온다. 여성의 신체성과 노동력에 대한 고찰을 설치, 평면 등의 다양한 시각적 표현으로 다룬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인 기준에 의해 가치평가가 절하된 그림자 노동으로서의 여성의 노동행위를 가시화한다. 가창에 입주 후 공연장 도우미 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끼게 된 역할과 위치를 ‘막(장면)’이라는 장치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는 이것과 저것 등 경계지점 또는 이분법적 공간 등을 다루며 시공간에 대해 사유해왔다. 연극 또는 뮤지컬 공연 중 잠시 쉬어가거나 무대 전환이 이뤄지는 막과 막 사이나 ‘내 집’과 ‘내 집이 아닌 것’ 사이 등을 통해 시·공간을 사유했다. 특히 ‘내 집’과 ‘내 집이 아닌 것’에 대한 모티브는 작가의 어머니가 타지에 있는 딸을 위해 김치를 담궈오는 행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김치를 통해 다른 시·공간대를 살아가는 모녀의 일상, 삶, 노동 등이 연결·투사됨을 다뤘다.
가창창작스튜디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도 맥락은 같다. 삼산리에 거주하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입고 있는 옷감의 다양한 무늬와 패턴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심리적 피부로서 또 다른 ‘막’을 포착한다. ‘몸빼’에 프린팅된 화려한 색감과 문양에서 여성의 보이지 않는 노동력과 작가로서의 예술행위 경계사이의 현상을 버무린다.
최지이는 ‘피지올로구스’전을 꾸렸다. 피지올로구스(physiologus)란 ‘자연연구자’, ‘자연에 박식한 자’라는 뜻으로 구전과 민담을 통해 내려오는 동식물에 관련한 정보와 그림을 묶은 중세시대 지식인들의 베스트셀러인 일종의 백과사전적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신을 믿는 한 개인으로서의 자연과 세계에 대해, 현재의 삶에서 마주하는 경험들의 세계를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으로 극명하게 분리해 다양한 재료를 통해 그 사이의 정체성을 찾아 왔다갔다 진자 운동하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최근 가창에서의 작업들을 중심으로 작가가 실제와 비실제의 경험한 세계 속 도시와 자연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의 작고 소박해 말로 잘 표현해내지 못하는 뒤섞여버린 부적응한 현실과 이에 대한 긴 관념을 어린아이의 언어처럼 가장 순수한 이미지 형상을 통해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소원(所願)하나 소원(疏遠)한 관계가 되어버린, 외부의 직접세계에 대한 관념이 되어버린, 상상의 숲을 상상한 형상을 꺼내와 살아 걸어가도록 이끈다. 전시는 8월 9일까지 가창창작스튜디오의 스페이스가창에서. 053-430-12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