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의 기본(1): ‘의미의 다름’ 찾기
[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의 기본(1): ‘의미의 다름’ 찾기
  • 승인 2019.08.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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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 총장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남성소변기에 ‘<샘>(Fontaine)’이란 제목을 붙이고 ‘R. Mutt 1917’이라고 쓴 뒤 미술전시회에 내 놓았다. 당시 이 작품(?)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고, 주최 측은 전시를 거절하였다. 뒤샹은 자신의 작품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일상적 가치를 제거하고 새로운 맥락에서 새로운 개념과 정체성을 창조해내었다”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의미’의 부여를 바로 예술 작품이라고 본 것이다. 최재붕 교수는 ‘포노사피엔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 그러나 본질을 바꾸는 결정적 차이인 앵프라맹스(inframince)가 더하여져 엄청나게 많은 ‘의미’를 담은 예술품이 탄생된다고 하였다.

‘요즘 어때?(What’s the story?)’ 유럽의 창업 강국인 아일랜드 사람들은 안녕이란 말 대신 이렇게 인사한다. ‘무슨 얘깃거리라도 있어?’ 라는 뜻이다. 서양 사람들의 또 다른 아침 인사로는 ‘What’s new?’가 있다. 늘 새로운 일에 관심을 보이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는 표현이다. 우리의 ‘잘 있었어?’라는 말 대신 쓰이는 이 말들의 공통점은 ‘의미’가 담긴 인사라는 점이다. ‘포춘 쿠키의 법칙’에서 버나뎃 지와는 마케팅에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포춘(fortune) 쿠키를 구매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른 과자보다 맛있기 때문이 아니라 과자를 먹은 뒤에 얻는 즐거움 때문이다.” 따라서 쿠키를 판매하는 일보다는 포춘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 일이 당연히 더 중요하다. 이처럼 단순히 상품을 넘어서서 ‘의미’가 생겨날 때, 비로소 아이디어는 퍼져나가고 그 상품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 된다.

최근 백화점에서 일제히 여름 세일 행사를 실시하였다. 어려운 경제현실을 반영하듯 결과가 신통치 못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신문과 전단 광고는 물론이고 SNS를 통한 치열한 홍보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장사가 힘들기는 전통시장이나 골목상점 그리고 대형할인점도 마찬가지다. 불볕더위와 불경기 탓도 있겠으나 가격 할인을 기반으로 하는 판매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기발한 광고나 홍보, 판매기법이나 유통방법도 필요하겠지만, ‘의미의 차별성’이 전제되지 않은 그 어떤 마케팅 노력도 진정한 마케팅이 될 수는 없다.

마케팅의 기본 가운데 첫째는 본질을 바꾸는 ‘의미의 다름’을 찾는 일이다. 달리말해 마케팅은 새로운 시·공간, 새로운 상황,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여 독점화하는 작업이다. 이때 새로움이란 차별성을 말한다. 그리고 ‘차별성’은 더 ‘낳음’이 아니라, 본질을 바꾸는 ‘다름’을 뜻한다. 이 ‘다름’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새것, 신선한 것,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다름’의 의미를 모르는 기업들은 경쟁자 보다 더 낳은 품질, 더 낮은 가격조건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펼친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경쟁 제품에서 몇 가지 부분을 바꾸거나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들을 덧붙이거나하여 이것을 남과 다른 신상품이라고 하며 시장에 내 놓는다. 그리고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기존 상품과의 차이점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경쟁 상품보다 더 개선된 품질이나 성능, 가격조건 등을 제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큰 희생을 치르고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결국은 신뢰나 관용은 사라지고 더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도토리 키 재기’이며, 어느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사성이 지배하는 경쟁시장 환경에 저항하며 진정한 ‘다름’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하버드 대학의 문영미 교수는 이들을 ‘아이디어 브랜드’라고 부른다. 역브랜드(풀업스, 스와치 등), 일탈브랜드(야후, 구글, 이케아 등), 적대브랜드(미니쿠퍼, 레드불, 홀리스터 등)들이다. 이들은 애당초 경쟁이나 비교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존의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의미’의 진정한 차별성을 추구하여 전혀 다른 미래 시장을 창조한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고, 심지어 마니아들과 전도사들이 된다. 진정한 ‘의미의 다름’은 뒤샹의 <샘>처럼 세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자세와 노력에서 창조된다. 그러려면 고객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창업의 메카 이스라엘의 명성도 타인의 생각과 주장의 ‘다름’을 존중하고 열정적인 토론을 장려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의미의 다름’을 이루어내는 것. 이것이 마케팅의 첫 번째 기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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