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득과 실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득과 실
  • 승인 2019.08.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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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난 5월 한의협에서는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를 필두로 의과 의료기기 사용 확대 선언을 하였다. 현재 의료법 및 대법원 판결상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불법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은 공개적으로 불법을 자행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한의학의 효능 여부를 떠나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원리와 접근방법부터 다르나 한의사들은 의료기기가 의학이 아니라 물리학등 기초과학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 졌기 때문에 의사 뿐 아니라 한의사들도 사용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기초 원리부터 다르다. 의학은 곧 과학이다. 초음파등 현대 의과 의료기기는 단순 물리학적 원리가 아닌 수많은 의사들의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한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개발되어 진단과 치료에 대한 분명한 사용 목적과 적합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개발 과정은 무시한 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음양오행과 경혈경락을 기초로 하는 한의학에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의사들은 국민 편의를 내세워 의료기기 사용권을 요구하고 있다. 예로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하면 골절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가 정형외과를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되니 한의원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한다. 접근 편의성이 개선됨에도 의협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의과 의료기기 사용에 국가공인 면허증이 없는 한의사들이 마구잡이로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질환을 놓쳐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고 많은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 의료기기의 위험성은 의료기기 자체의 위해보다는 의료기기에 대한 지식, 경험 부족에서 오는 오진으로 인한 피해가 주이다. 예로 한의사가 한의학적 관점에서 초음파등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영상에 나타나는 암등의 종양을 놓칠 우려가 있으나 환자는 자신이 초음파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암이 없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제대로 된 치료시기를 놓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한의학적 방법으로 2년간 무려 68회나 초음파 검사를 했다는 한 한의사는 자궁내막증식증이 자궁내막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전혀 알지 못하였으며 결국 증상호전이 없어 환자가 스스로 대학병원에 내원하고 나서야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의사들은 얼마간의 보수교육으로 충분히 의료기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반론한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길어야 수십 시간의 보수교육으로 초음파등을 배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더욱이 의사는 질환의 중증 정도를 판단하고 필요시에는 전원할 능력이 있으나 위 사례에서 보듯이 한의사들이 그럴 능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의사도 인간인 이상 오진을 할 수 있으나 의사들은 오진률을 최대한 줄이려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진단하며 실제 오진 발생시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오진률은 극히 낮다. 그러나 무자격자인 한의사에게 초음파 등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할 경우 오진률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폐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심지어 운전면허도 1종 보통면허로 수십 년간 운전해도 대형면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형 면허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한의사들은 의사면허 취득도 없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불법진료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허가여부는 득과 실을 심사숙고해서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의사협회장이 2013년에 한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의 침 치료가 부당함을 지적하며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한둘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사기꾼이 득세하기 때문입니다. 실력도 없는 이들이 한의사, 의사, 변호사를 자처하고 나섰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옵니다. 더구나 제도권 밖에 있는 이들은 견제를 받지 않아요. 본인의 능력을 직시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설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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