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 검찰이 탄생하다
새로운 정치 검찰이 탄생하다
  • 승인 2019.08.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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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
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며칠 전 중간 간부급 검사 인사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비서관을 기소했던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을 이번 인사에 지방 지청장으로 발령했습니다. ‘사실상 좌천’ 인사라는 지적이었고, 본인도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사직했습니다. 손혜원 의원을 목포 땅투기 사건으로 기소한 권순철 차장검사 역시 검사장 승진이 누락되고 서울고검으로 보내졌습니다. 통상 유력 검사장 승진 대상자에 대하여 한 번 정도 배려해서 다시 검사장 승진을 검토하는데 사실상 징벌적 인사를 단행한 것입니다. 이처럼 ‘살아있는 권력’을 정의롭게 수사했던 검사들에 대하여 좌천성 인사를 단행한 것에 비하여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에 대하여는 파격적인 우대 인사를 실시하였습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서울중앙지검 1, 2, 3 차장으로 배치하였습니다. 여기에다가 과거 공안통과 강력통 검사들에 대하여 불이익하게 인사함으로써 결국 원칙 없이 친정부, 친윤석열 검사들만 우대하는 인사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검사나 판사는 탄핵,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지 않으면 파면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그 신분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판사 등이 행하는 사법권이 정치권력이나 행정부로부터 독립하여 행사되어 실질적으로 사법부가 독립되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나 검사를 다루는 방법은 결국 인사를 통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검사는 전국적인 인사를 하기 때문에 속칭 ‘한 번 찍히면’ 지방으로 좌천되고, 계속하여 지방으로 전전하는 불이익을 받습니다. 검사들은 결국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사권자는 그런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의식이 중요한 것입니다. 결국 검찰의 탈정치, 탈권력화를 하기 위한 단호한 표현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윤석열호 검찰은 지금까지의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친정치, 친정부 검찰입니다. 완전히 국민을 무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조직 내부 검사들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새로운 정치 검찰의 출현입니다.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계속하여 학계에서든 법조계에서 계속 거론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 검찰 권력의 정치화에 있었던 것입니다. 중대 정치 사범이나 권력형 비리에 대하여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은 손에도 못 대고, ‘죽은 권력’에 대하여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게 행사하였습니다. 이런 과거 경험에 비추어 검찰의 과도한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중간 간부급 검사 인사는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 준 것입니다. 검찰의 조직은 특정 정부 소유가 아닙니다. 검찰총장 개인의 자의에 의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윤석열 총장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검사 인사를 보면, 윤총장은 어느 누구 보다 더 정치적인 총장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제가 검사 생활을 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해 보면, ‘검사와의 대화’를 하기도 하면서 나름 검찰을 개혁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검찰이 정부와는 소원했지만, 그만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국민을 위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정권들은 검찰을 다시 정치권력에 예속시켜 이를 이용하였고, 현 정부 역시 이번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같은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검사가 자신의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현 정부 실세들을 양심껏 수사하겠습니까? 윤총장 스스로가 과거 정부 시절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인하여 대구고검 등으로 떠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 보다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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