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 스크린에도 반일…평범한 그들의 비범한 투쟁
영화 ‘봉오동 전투’, 스크린에도 반일…평범한 그들의 비범한 투쟁
  • 배수경
  • 승인 2019.08.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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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기록된 독립군의 첫 승리
봉오동 지형 이용 日유인 작전
이름 모를 수많은 독립군 초점
항일대도 휘두르고 총알 피하며
긴장감 넘치는 히어로물 연상
짧지만 묵직한 홍범도의 등장
‘청산리 전투’ 스크린화 기대도
반일 감정 타고 영화 순항 도움
봉오동전투
 

‘봉오동 전투’, 최근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참 절묘한 타이밍이다.

역사책 속에서는 몇 줄로 짧게 기록된 ‘봉오동 전투’를 원신연 감독은 스크린을 통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봉오동 전투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름, 홍범도 장군이라는 한 명의 영웅 대신 수많은 이름모를 독립군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1919년 3.1만세운동 이후 독립군의 항일무장투쟁은 더욱 거세지고 그들을 토벌하기 위한 일본군의 공세도 더욱 집요해진다. 영화는 일본의 월강추격대가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그들을 집요하게 쫓는 과정을 그린다. 역사 속의 봉오동 전투는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한 독립군의 첫 승리로 기록된다.

“독립군 수는 셀 수가 없어.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내일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야.” 황해철(유해진)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어제까지도 농사짓고 사냥하던 주변의 범부들이 독립군이 되었던 시절. 정예의 일본부대를 대상으로 모든 부분에서의 열세를 딛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봉오동의 지형을 이용한 치밀한 작전이 필요했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의 대부분은 독립군이 봉오동으로 일본군을 유인하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산등성이를 뛰고 달리는 배우들의 열연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면서도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까지 무자비하게 죽이는 일본군과 어린 일본군은 살려두는 독립군을 대비시킴으로 선악구도를 명확하게 한 것 역시 몰입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전투 장면이나 일본군의 만행은 영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겠지만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게 하는 잔혹한 장면도 꽤 있다.

 

“여기가 마지막 조선이야.”라는 결연한 자세로 이장하를 연기한 류준열은 첫 시대극 도전에서 누구보다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열연을 펼친다.

늘 비슷한듯 하지만 어떤 역할에도 잘 어우러지는 유해진이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총을 든 일본군들을 단숨에 물리칠 때나 총알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사신처럼 달리는 류준열을 볼때는 현실감을 잊고 한 편의 히어로 영화를 보듯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심각한 순간에도 영화는 유해진과 조우진을 활용해 웃음으로 긴장을 덜어준다.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에서 모인 독립군은 서로 다른 사투리를 쓴다. 구운 감자 하나를 두고 ‘갱기’,‘지실’ 등 저마다의 지역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마치 연초에 개봉한 ‘말모이’를 보는 듯하다.

월강추격대 대장 야스카와 역의 키타무라 카즈키, 쿠사나기 중위 역의 이케우치 히로유키 등 일본배우가 직접 극악무도한 일본군을 연기한 것도 놀랍다.

독립군의 포로가 되었던 어린 일본군 유키오가 월강추격대 대장 앞에서 내뱉은 “부끄러웠습니다”란 말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그들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살아서 니가 본 거 사실 그대로 알려줘”라는 독립군의 바람처럼 과연 그 유키오는 살아남아 거기서 본 사실을 알렸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홍범도 장군의 등장은 짧지만 묵직한 여운을 준다. 장군이 던진 마지막 한마디는 감독의 다음 영화가 혹 ‘청산리 전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게 만든다.

영화는 3.1운동 100주년의 해, 8.15 광복절이 다가오는 이즈음에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되찾은 우리의 역사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기에 좋을 듯하다.

개봉 직전 촬영당시 동강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할미꽃 서식지를 훼손시켰다는 논란과 비난에 휩싸였지만 이후 사실과 달리 왜곡된 부분이 있음이 알려지며 개봉 후에는 실관람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일본 불매운동은 한다’는 요즘 상황 역시 영화의 순항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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