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폭포·연못·잔디…아파트, 자연을 끌어안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폭포·연못·잔디…아파트, 자연을 끌어안다
  • 임종택
  • 승인 2019.08.11 2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7)아파트숲을 말한다
조경이 인상적인 아파트 방문
입구부터 울창한 대형목 인사
메타세쿼이어와 짙은 그늘…
이젠 조경도 랜드마크인 시대
눈 피로 쌓는 시설물 안 보여
아파트 숲 정성스레 가꿔보자
분수와연못
잘 조성된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정원. 분수와 연못의 하모니가 돋보인다.
 
아파트단지정원
잘 조성된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정원 모습. 조경이 인공미와 자연스러움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파트원로길이아름답다
잘 조성된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조경 모습. 조경사이로 난 아파트 원로길이 아름답다.

과거에는 아파트라고 하면 회사 이름만 대면 좋은 아파트다 아니다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회사 이름을 대신하는 브랜드명이 훨씬 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가격이 얼마쯤인지를 알 정도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보급율은 이미 103%를 넘었다. 그 중에서도 대도시의 경우 아파트나 공동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가 재산을 형성하는 몇 안되는 재화 중에 손꼽히는 재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 집의 가치가 상승하는데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등락하는 아파트 시세에 촉각을 곤두 세우며 수많은 뉴스에 언제나 희비가 엇갈리고 감정의 소모가 많아지는 것이다.

아파트의 외관을 꾸며주고 그 가치를 소리 없이 뒷받침해 주며, 휴식과 안식의 터전이 되어 주는 수목과 초화류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자기 집앞 창문을 가리는 나뭇가지는 무조건 잘라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면 나무는 기계톱이나 장비에 의해 무자비하게 잘려 나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조경이 잘 된 아파트가 가치도 높고 분양도 잘 된다고 한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모 아파트는 조경에만 2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최고급 아파트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다. 물론 위치도 좋겠지만 아파트 조경 공간을 본 사람이면 조경이 정말 잘 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아파트숲 조경은 아파트의 정원격이다. 정원의 모습은 다양하다. 각 동마다 건물 바로 앞에 배치되는 정원이 있는가 하면, 노단화단처럼 전 동(全洞)의 일정 층 높이에서 한꺼번에 모든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중앙 배치식 정원도 있다. 위치하는 곳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전체를 조망할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아파트 정원은 다른 여타 숲의 역할과는 또 다른 매력과 가치가 있다.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거기로 이사를 간 이유가 바로 아름다운 조경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아파트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붉은색의 원로와 한폭의 그림 같은 초록의 면이 대조되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아파트 정원은 많은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편안함과 휴식을 주는 생활숲이자 법적으로는 도시숲의 지위를 갖는다.

산림기본법과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그리고 산림청의 인용에 따르면, ‘도시숲은 국민의 보건휴양, 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하여 조성, 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으로 공원, 학교숲, 산림공원, 가로수, 가로숲, 학교숲, 아파트숲인 생활숲 등을 말한다’라고 되어있다. 아파트 정원은 과거에는 준공 승인을 받기 위한 부수적 공간이었다.

얼마전 나는 수많은 돈을 들여 조경을 조성해 놓은 이 아파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파트 조경은 보통 우선 많은 각종 시설물들의 배치가 먼저 시야에 들어오고 시설물 사이사이에 수목들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곳은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숲이 압권이다. 처음부터 대형 수목을 심어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성 당시는 많은 소나무나 대형목들이 고사되었다고 한다. 관리탓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아 울창한 수림으로 바뀌었다.

원래 조경이라는 말에는 인공적인 뜻이 있다. 하지만 조경의 목적은 처음에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생태적인 방향, 즉 원래의 자연의 모습으로 전이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 본래의 복원(원시림)은 어렵지만 인간의 손길이 최소화된 자연림으로 회귀(복구)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숲의 경우가 그랬다. 제주도에서 들여온 팽나무는 입구에서 이미 수백년을 살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나무의 특성상 주간(수간)에 공동(썩어서 생긴 구멍)이 생겨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 듯 하였다. 또한 팽나무 열매는 새들도 좋아하는 이조(먹이)식물이다. 주황색 열매는 산새들이 좋아한다. 울창한 수림이 바로 눈앞에서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다. 도심에는 새소리를 듣기 힘들다. 아파트는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 아름다운 새소리를 듣고자 입구부터 이조식물을 배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인 이홍섭은 ‘귀 조경’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일평생 나무만 길러온 노인이 말씀하시길, 조경 중에 제일은 귀 조경이라 하신다.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잘 생긴 나무, 못 생긴 나무를 두루 심어놓고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이따금 이파리와 꽃잎의 맛을 보는 조경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제일의 조경은 이 나무들이 철따라 새들을 불러 모으고, 새들은 제각기 좋아하는 나무를 찾아들어 저마다의 소리로 목청 높게 노래 부르는 것을 듣는 일이라. 키 큰 나무만 심어 놓으면 키 큰 나무에만 둥지를 트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요, 키 작은 나무만 심어 놓으면 키 작은 나무에만 날아오는 새의 노래를 들을 것이니, 그것은 참된 귀 조경이 아니라 하신다. 오랜만에 봄창을 열고 목노인(木老人)처럼 생각하거니, 나는 이 세상에 나서 어떤 나무를 심어왔고, 내 정원에는 어떤 목소리의 새가 날아왔던가. 나는 또 누구에게 날아가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오늘처럼 봄날의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

팽나무를 뒤로하고 크고 작은 숲을 가로질러 안으로 들어가니 폭포와 여울, 그리고 연못이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뿜으며 맞는다. 연못 주변엔 3홀 정도의 미니 골프장도 만들어 놓았다. 처음과는 달리 한 그린에는 잔디가 죽고 없어졌지만 나머지 그린과 페어웨이에는 외래종 잔디가 잘 자라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잠시도 인공시설물로 인한 시야의 불편함은 없었다. 옅고 짙은 그늘의 하모니는 깊은 숲속에 온 듯 마음이 청정해진다. 콘크리트 아파트숲이 아니라 아파트 내의 진짜 숲이다. 아침 저녁이면 조경 공간의 원로 트랙을 돌며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다릅나무 무릎 아래 무성한 초화류 사이에는 구멍이 숭숭난 괴석들이 놓여있다. 세월의 풍파를 온전히 정면으로 받아온 흔적들이 깊은 주름으로 피어난 바위다. 청단풍 하늘거리는 조그마한 언덕을 지나면 50여 층의 건물 측벽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의 자태는 우람하다 못해 이곳을 지키는 장승같은 느낌이 든다.

아파트는 생활숲이다. 또한 도시의 녹지를 구성하는 도시숲이다. 아파트도 조경이 랜드마크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건물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두가 닮아있지만 그곳의 숲은 생명이 살아있는 자연물이라 사람의 손길에 따라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아파트의 가치는 숲이 만들고 숲은 사람의 손길과 애정이 만든다. 많은 아파트에서 조경 관리는 조경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가 공동의 선을 추구하게 되는 대표적인 매개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최고로 아름답고 멋진 아파트 정원을 만드는 일. 이미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 우리 모두가 조경 예술인이 되어 내 아파트 숲을 최고의 도시 정원으로 탄생시켜보면 어떨까.
 

도시숲조경관리전문가되기저자2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