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유등마을] 달큰한 복사꽃향 공존하는 카페테마마을 거듭난다
[청도 유등마을] 달큰한 복사꽃향 공존하는 카페테마마을 거듭난다
  • 배수경
  • 승인 2019.08.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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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황토서 자란 복숭아 ‘각광’
4월이면 분홍빛 자태 복사꽃 넘실
사진작가 봄철 출사지로 손꼽혀
청도 5경 연꽃밭 ‘유호연지’도 주목
커피향 그득한 마을로 변모 중
 
마을 뒤편으로는 노정산이 감싸고 앞으로는 노산지가 펼쳐진 유등마을 전경.
마을 뒤편으로는 노정산이 감싸고 앞으로는 노산지가 펼쳐진 유등마을 전경. 전영호기자 

 

2019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청도 유등마을

청도하면 감, 청도반시를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요즘은 그에 못지 않게 청도복숭아의 명성도 높다. 청도의 국도변을 달리다 보면 지금은 어딜가나 잘 익은 복숭아를 만날 수 있다. 유등마을은 일명 ‘복사꽃 마을’로 불릴 정도로 복숭아나무가 많은 곳이다. 4월이면 마을 앞 노산지 주변은 물론 산등성이까지 분홍빛으로 물든 모습을 찾아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찾는 출사지로도 손꼽힌다.

 

유등마을은 봄이면 복사꽃피는 마을을 찾아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유등마을은 봄이면 복사꽃피는 풍경을 찾아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슬미로라는 제법 낭만적인 이름의 도로를 따라 뒤쪽으로는 노정산이, 앞쪽으로는 노산지를 끼고 유등마을이 펼쳐진다. 길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유등 2리의 옛이름은 노산리. 이슬 로(露), 뫼 산(山)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이슬뫼가 맞겠다. 그렇지만 경상도 사투리로 이슬미라고 부르다보니 길 이름도 이슬미로가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용이 되지못한 이무기를 이슬이라고 하는데 마을 인근 한내들에 물이 깊어 이슬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이슬미라고 불렀다고 한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니 어떤 것이 맞다 그르다 논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유호연지
버드나무 두른 연못에 연꽃이 핀다는 ‘유호연지(柳湖蓮池)’는 청도 8경중 5경으로 꼽힌다.

예로부터 마을에서는 '안개가 많이 껴야 부자가 된다'라는 말이 전해져왔다고 한다. 들에 물이 가득해야 마을 뒤편의 노정산 정상에 습기가 부딪쳐 이슬이 내리니 과학적으로도 맞는 이야기인듯하다.

유등마을은 하루종일 해가 잘 들고 물이 마르지 않으며 토질이 황토라 감과 복숭아의 맛이 다른 곳보다 더 좋다. 70년대 초반 길이 포장되기 전에는 여름에 비가 오면 황토흙이 묻은 신발 때문에 “유등마을 사람들은 십리를 가도 표가 난다”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청도유등마을-복숭아
유등마을의 복숭아는 전국적으로도 맛좋기로 이름나있다.
 
유등마을의 복숭아 밭에는 잘 익은 복숭아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좋은 토질 덕분에 다른 곳보다 가격이 좀 비싸도 이곳 복숭아만 찾는 사람들도 많다. 마을의 대표작물인 복숭아는 6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8월 말까지 출하를 한다. 복숭아는 품종만 해도 60여종이 넘어 품종별로 나오는 시기가 다르다. 가을이 되면 잘 익은 청도반시가 마을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이고 감말랭이, 감식초를 만드는 손길도 바빠진다.

현재 유등 2리에는 55가구 9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60대 이하가 서너명에 불과할 정도로 유등마을도 여느 농촌마을과 비슷하게 점점 노령화되고 있다. 유등 1리, 3리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청도카페이슬미로
커피향기로의 중심에 유등마을이 있다. 사진은 유등마을 카페 ‘이슬미로’.

향긋하고 달콤한 복숭아 향기가 넘치는 유등마을이 요즘은 커피향기 가득한 마을로 변신을 시작하고 있다. 마을에 커피 향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 노산지의 풍경에 마음을 뺏겨 이곳에 정착한 어른을 따라 커피를 공부한 남편과 마카롱을 공부한 아내는 마을 앞 도로 이름을 딴 카페 ‘이슬미로’를 열었다. 젊은 부부의 카페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유등마을의 명소가 되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어디에 자리를 잡더라도 찾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은 덕분이다. 처음에는 몰려드는 사람과 차들로 인해 마을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고 이제는 마을 주민들도 가끔씩 찾는 곳이 되었다. “복숭아가 너무 맛있죠. 마을 어르신들도 좋으시죠.” 카페 안주인 김희진씨의 마을 자랑이다.

이후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내세운 카페 ‘오브제토’가 명성을 얻고 최근에는 펜션을 겸한 카페 ‘소우주’, 그리고 ‘청도 그집’이 뒤를 잇는다. 유등마을 뿐 아니라 이슬미로를 따라 이어지는 특색있는 카페의 수는 더 많다.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한국 코미디타운부터 유등지 인근, 와인터널까지 30개 가까운 카페가 저마다의 독특한 컨셉으로 전국의 커피 애호가들을 청도로 불러들인다.

한국코미디타운 김웅래 촌장은 이런 현상을 보고 청도를 ‘멋진 경치와 함께 특색있는 카페가 많은 곳’으로 특화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는 사람들이 ‘경기가 안 좋다’,‘카페가 너무 많다’라고 걱정을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 강릉의 안목해변이 카페거리로 특화되었듯이 청도 또한 ‘커피향기路’라는 이름으로 일부러 커피를 마시러 전국에서 찾는 곳이 되기를 꿈꾼다. 청도의 새로운 콘텐츠가 될 ‘커피향기로’의 중심에 유등마을이 있다.

처음에는 경쟁자였지만 여러 차례 설득과 회의를 통해 지금은 뜻을 같이하게 된 카페 대표들이 모여 민간공동체인 ‘커피향기로 연합회’도 만들었다. 다음달에는 봉사를 겸한 소규모 행사를 유등마을 카페 ‘오브제토’에서 여는 것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커피향기 그득한 인문학 마을로의 변신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유등마을에서 빠트려서는 안 되는 곳이 바로 ‘유호연지’이다. 흔히 유등지로 부르지만 버드나무 두른 연못에 연꽃이 핀다는 ‘유호연지(柳湖蓮池)’가 정식이름이다. 해마다 칠팔월이면 연꽃이 만발한 풍경이 아름다워 청도 팔경 중 5경으로 꼽히며 전국 명승지 100선 중의 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염오(離諸染汚), 진흙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연지 주변에 조성해놓은 데크를 따라 한바퀴 걸어보는 것도 좋다. 연지 안에 있는 ‘군자정’은 조선시대 시집간 딸들이 친정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장소였다고 전해져온다.

박효상·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정주여건 개선 ‘박차’ 젊은이 몰리는 귀촌을”, 유가경 유등마을 이장

이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졸업 후 사업을 하다 20여년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유가경(74)이장.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 대학 농학과에 진학해 다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복숭아 수확철이면 오전 5시부터 복숭아를 딴다. 적지 않은 나이의 노부부가 농사를 짓는게 힘들지는 않을까. “복숭아는 짧은 시간에 수확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소비자에게 전달이 되어야 하는 과일이라 수확시기에 인부를 구하는 것이 큰 일인데 요즘은 농협에 미리 신청을 하면 도시의 노동인력을 배정해줘서 그마나 인력수급 걱정은 한 시름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농촌마을의 고민은 주민들의 노령화다. “유등마을은 교통이 좋아 대구나 경산으로의 접근성이 좋습니다. 즉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젊은이가 귀촌했을 때 빨리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요즘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 카페도 많이 생겨 도시 사람들이 많이 오가니 마을이 더욱 활기차게 변모하는 것 같습니다.”

 

<가볼만한 곳>

한국코미디타운
한국코미디타운 

◇한국코미디타운…오감으로 즐기는 한국코미디史

‘한국코미디타운’은 한국코미디 역사 100여년을 재조명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재담, 만담, 악극 및 방송 코미디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자 개관한 ‘대한민국 유일의 코미디 체험관’이다. 총 5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알아보고 직접 원맨쇼와 몸개그를 체험해 볼 수도 있어 인기다. 1층에 위치한 공연장에서는 주말 2시, 4시에는 상설 코미디공연도 열리고 있다.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

 

◇청도 프로방스포토랜드…밤이 빛나는 이국적 테마파크

남프랑스의 정취가 살아있는 프로방스 마을을 모티브로 조성된 테마파크이다. 낮에는 다양한 포토존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눈길을 끌고 어둠이 내리면 365일 아름다운 빛을 밝히는 빛축제장으로 변신을 한다. 현재는 세계명화 100선 빛축제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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