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대티골 자연치유생태마을] 마을 감싼 일월산 맑은 공기…대자연의 품 아늑하여라
[영양 대티골 자연치유생태마을] 마을 감싼 일월산 맑은 공기…대자연의 품 아늑하여라
  • 김광재
  • 승인 2019.08.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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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오른편 구 용화광산 선광장
계단식 모습에 그리스 유적 연상
과거 선광 과정서 독성물질 배출
오염원 봉쇄 뒤 꽃 심어 정화 작업
일월산자생화공원으로 재탄생
 
청정한 자연과 알찬 체험프로그램으로 인기 높은 영양군 일월면 용화2리 자연치유생태마을 대티골. 마을 입구 오른편에 일월산자생화공원이 보인다.전영호기자
청정한 자연과 알찬 체험프로그램으로 인기 높은 영양군 일월면 용화2리 자연치유생태마을 대티골. 마을 입구 오른편에 일월산자생화공원이 보인다.전영호기자

 

2019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영양 대티골 자연치유생태마을

대티골 마을로 가는 31번 국도는 반변천과 붙었다 떨어졌다하며 함께 간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짙푸른 은행나무 가로수가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싱그럽다. 왕복 2차로의 도로는 좌우로 몸을 돌려 마을과 논밭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달린다. 이런 길을 달리다 보면 문득 우리가 속도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치유가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2리 대티골 마을이 가까워지는데, 오른편 가파른 산비탈에 고대 그리스의 유적을 연상시키는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구 용화광산 선광장이다. 선광이란 원석을 부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1939년 일제는 일월산에서 금, 은, 동, 아연, 연 등 광물을 수탈했다. 해방 후 한국인에 의해 계속 광산이 운영되다 1976년 채산성 악화로 폐광했다.

자생화공원1
폐광석 찌꺼기로 오염된 토양을 완전밀봉하고 복토한 위에 조성한 일월산자생화공원.

그동안의 선광 및 제련 과정에서 배출된 비소, 시안화나트륨 등 화학성 독성물질로 오염된 토양은 풀 한 포기 길러낼 수 없었다. 또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계곡에는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었다. 방치돼 오던 이곳에 지난 2001년 오염원을 완전 밀봉하고 일원산에 자생하는 꽃들을 심어 일원산자생화공원을 조성했다. 선광장 양쪽으로 계단을 설치하고 위쪽에는 운반용 광차도 전시해 놓았다.

뙤약볕 아래 공원에는 코스모스 몇 송이가 띄엄띄엄 피어있고, 연분홍 상사화 무리도 군데군데 피어있다. 사람들이 자연을 할퀸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생화공원을 지나면 빨갛게 익은 고추밭 가운데에 아담한 통일신라시대 삼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8호)이 보인다. 이곳에 용화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한다.

자생화공원과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대티골마을 사무국이 있는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이라는 이름은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 사람들이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이 마을의 자연으로부터 치유 경험을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처입은 자연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자생화공원이 알려주는 것 같다.

 

선광장
등록문화재 재255호 영양 구 용화광산 선광장.

낙동강의 지류인 반변천 상류의 좁은 계곡을 따라 형성된 이 마을에 한때는 용화사라는 절이 있었고, 20세기에는 광산이 있었다. 용화광산이 활기를 띨 때는 종업원이 5백여 명에 달했고 인근 주민이 1천2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지금 용화2리 대티골 마을에는 25가구 3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사람들이 자연을 떠날 때 이곳을 지킨 사람들, 그리고 자연을 찾아 이곳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사람이 자연을 지켜주고 자연이 사람을 치유해주는 아름다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마을이다.

2010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받았으며, 환경부로부터는 2010년부터 계속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되고 있다. 그리고 농협 전국팜스테이마을 평가 최우수상,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 우수체험공간 지정 등 각 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마을이다. 황토구들방, 펜션, 민박 등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2015년 이후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이 확충되면서 마을의 수익도 점점 늘어났다. 대티골 마을은 지난해에 1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는데 전국의 휴양마을 중에서 가구당, 인구당 수익으로 따져보면 최상위에 속하는 성과일 것이다. 그 비결을 물어보니 고명혁 사무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길이 안 좋다는 게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앞 31번 국도가 2009년에 포장됐는데, 국도 중에서는 가장 늦게 포장됐다고 합니다. 오지이다 보니 관심 있는 분들이 물어물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1박하고 가시는 분들도 많고요. 한해 3만3천 명이 찾아오는데 그중 40% 정도가 숙박, 체험, 농산물구매 등 주민들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합니다.”
 

삼층석탑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8호 용화리 3층석탑.

쉽고 편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잘 보전된 자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마을 사람들과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 자연의 준비된 손님들이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도 적고 고령이다 보니 숲길 풀베기를 하는 데에 나흘이 꼬박 걸린다. 그렇게 가꾼 숲길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길’로 뽑혔다. 다양한 코스의 생태숲길에서, 숲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주민 숲해설가들의 생생한 설명이 더해지는 생태숲 체험프로그램은 인기가 높다. 또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로 만든 쌀빵만들기 체험, 꽃 공예의 일종인 하바리움 볼펜 만들기 체험 등 해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체험장
대티골마을 체험장과 홍보관.

대티골 마을은 전통주와 쌀빵을 테마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월산 등산객들의 하산주로 대티골의 특산물을 소재로 한 전통주를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술 이름도 뫼산(山), 고요할적(寂)으로 ‘산적’이라고 지어놓았다. 고요한 산골마을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대티골마을은 2017년부터 산림휴양치유마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족욕장과 향기 있는 꽃밭 쉼터를 만들고 주민들과 도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터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대티골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사업인 만큼, 사람과 자연이 서로 치유하는 공간이 또 하나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춘·김광재기자

 

“산림휴양 치유마을로 또 한번 혁신”, 고명혁 대티골 마을 사무장

고명혁사무장1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 고명혁 사무장은 2014년부터 휴양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대티골로 오기 전에는 제주도에서 토목건축업을 하며 사회활동도 활발히 했다. 주민 수가 1천 명이 넘는 신개발지역의 자치회장을 했고, 그가 운영한 모임도 17개나 됐다.

“처음에는 제주도 그 좋은 데서 왜 이런 골짜기로 왔나, 뭔가 하자가 있어서 온 거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살던 애월읍의 이장단, 부녀회장단, 개발위원장단 등을 초청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제가 누군지를 좀 밝혀달라고 했지요. 하하”

너무 넓은 마당발에 이상 신호가 왔다. 그가 이끄는 모임의 정기회와 회원 대소사를 챙기다 보면 하루 술자리가 두세 번씩 이어지기도 했다. 건강도 다시 추슬러야 했고 ‘언덕 위의 하얀 집’ 같은 마지막 로망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3개월 동안 내륙지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카페리에 차를 싣고 부산에 내려 포항, 영덕, 영양을 거쳐 봉화 태백으로 여정을 잡았다. 눈으로 길이 막혀 대티골에 묶였다. 그때가 2013년 겨울. 제주 섬사람과 영양 대티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제주 마당발의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산골마을로 와서 더욱 왕성해졌다. 그의 명함에는 ‘숲해설사, 체험지도사, 안전관리지도사, 인성지도사, 마을해설가, 꽃차소믈리에, 사회체육지도사’라고 적혀있다.

2015년 취임한 김창훈 위원장은 새로운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홍보를 강조했다. 산골 오지에서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이제 걷기, 산악자전거, 등산 등 자연을 찾아가는 동호인들 사이에서 대티골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 됐다. 그 결과 마을사업의 수익도 크게 늘어났다. 김 위원장과 고 사무장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주 사회적기업, 산림휴양 치유마을 사업으로 대티골마을은 또 한 번의 혁신을 앞두고 있다.
 

가볼만한 곳
 

영양 서석지

 


◇전통 정원 영양 서석지

영양군 입암면 연당마을에 있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이다. 광해군 때의 학자 석문 정영방(1577~1650)이 지은 별서다. 서석지는 연못 안에 상서로운 느낌을 주는 60여 개의 돌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석문 정영방 선생은 이 상서로운 돌 중 19개에 이름을 붙이고 시를 읊었다.

연못을 중심으로 경정, 주일재, 수직사, 남문 등의 건물들이 있다. 경정은 대청과 방 2개로 된 정자이며, 주일재는 ‘운서헌’ 현판이 걸려있는 서재다. 주일재 앞에는 연못쪽으로 돌출한 석단인 사우단을 만들고 소나무·대나무·매화·국화를 심었다.

연못은 사우단을 감싸는 U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연못의 동북쪽 귀퉁이에는 산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도랑을 만들었고, 반대편의 서남쪽 귀퉁이에는 물이 흘러나가는 도랑을 만들었다. 들어오는 도랑을 읍청거라 하고, 나가는 도랑을 토예거라 이름 지었다. 즉 깨끗함을 받아들이는 도랑과 더러움을 뱉어내는 도랑이라는 뜻인데, 그 사이에 군자의 꽃인 연꽃이 가득 핀 연못이 있다. 석문 정영방 선생이 서석지를 조성한 뜻은 아름다운 원림을 완상한다는 의미를 넘어 성리학적 이상을 정원에 담으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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