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의 기본(2): 단순함(simplicity)이 답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의 기본(2): 단순함(simplicity)이 답이다
  • 승인 2019.08.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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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 석좌교수·전 계명문화대 총장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나라 전체가 온통 혼란 가운데 놓여 있다.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운 듯하다. 대체로 복잡하게 얽혀져있는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우선 곁가지들을 모두 걷어내고 문제 상황을 가능한 한 단순화해서 상식으로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링컨 대통령도 “중요한 쟁점들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단순한 상식의 언어를 이용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의 어려운 문제 해결에 관여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간은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합리적이고도 정교한 분석을 거쳐서 바람직한 해결방안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단순한 상식과 직관을 통해 얻게 되는 해답이 명쾌하고 적절한 방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함(simplicity)이란 복잡하지 않거나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복잡한 현상을 정교하게 분석, 정리하면 복잡한 것도 이외로 단순하게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단순함은 고도의 정교함이다.”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눈과 귀, 그리고 다른 감각기관들로부터 들어온 재료들을 모으는 실험실로 보았다. 그 재료들은 상식이라는 기관을 통해 운반된다고 하였다. 상식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며, 일종의 초감각이어서 ‘단순함’을 만들어내는 힘이 된다. 연세대 지용구 교수는 그의 저서 ?복잡성에 빠지다?에서 ‘단순성’이 최고의 기업전략임을 밝히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케팅에서도 건전한 상식에 근거한 ‘단순성’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리처드 코치와 그레그 록우드는 ‘Simplify’에서 ‘단순화’가 대규모 시장을 만들고 수익성이 엄청난 사업을 발생시키는 비결이 된다고 주장하고, 가격단순화와 상품단순화 두 가지 전략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맥도널드의 레이 크록은 가격단순화전략의 신봉자였다. 1961년 맥도널드를 사들인 후에 자신이 만든 최초의 슬로건은 키스(KISS)였다. 키스는 ‘단순함을 잊지 말라고, 이 친구야(Keep It Simple, Stupid)’를 줄인 말이다. 1948년 당시 맥도널드는 식당 메뉴를 단 아홉 가지 품목으로 제한하였다. 커피숍의 햄버거가 30센트였던 것에 비해 맥도널드의 훌륭한 햄버거 값은 15센트였고, 프렌치프라이는 단돈 5센트였다. 1967년 인플레이션 때문에 18센트로 햄버거 가격을 인상할 때까지 19년 동안 한결같이 15센트를 유지하였다. 이처럼 가격단순화전략은 가격을 경쟁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최소 절반이나 그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당연히 값비싼 경쟁 상품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핵심 기본 기능만큼은 동일하게 또는 오히려 더 이상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맥도널드와 함께 저비용항공사(LCC)인 사우스웨스트항공,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 등도 가격단순화 방식의 성공 사례이다. 또 다른 단순화전략으로 상품단순화가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화하여 확연히 탁월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잡스는 버튼을 제거하여 장치를 단순화했고, 기능을 줄여 소프트웨어를 단순화했으며, 옵션을 없애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했다” 잡스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는 첨단기기도 얼마든지 밝고 순수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이다. … 그것이 애플의 접근법이다. 아주 단순할 것 … 회사 운영 방식, 제품디자인, 광고, 이 모든 것은 바로 진정한 의미의 심플(simple)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그는 사용자가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일 즉, 편의성을 늘려 효용을 먼저 증대시킨 다음 유용성과 예술성을 키워서 애용품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도 가지고 잘 논다. 그래서 ‘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구글검색엔진, 아마존의 원클릭주문 등도 상품단순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들이다.

마케터들은 흔히 고객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원하고, 그래야만 고객만족도도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선택권의 증가가 오히려 만족도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마케팅의 기본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이다. 고객 입장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고객가치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잡스가 강조한대로 ‘기막히게 위대한 제품’이 나오려면 ‘단순화’를 통해 고객들을 흥분시키는 요소가 생생하게 구현되어야한다. ‘채움’ 증후군에서 벗어나서 ‘비움’의 지혜를 갖출 때 비로소 마케팅의 핵심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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