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지팡이
중절모
바바리코드
훤칠한 키
흰머리의 잘생긴 얼굴
나의 아버지
늦둥이 찾아
행사마다 찾아주시니
어깨가 으쓱
철들자
아이들이
할아버지라 놀린다고
학교 오시지 말라 했더니
그 서운해 하시던 모습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 부는 날엔
늘 손잡아주시던
큰 산같은 아버지
엄마 옆에 아버지
아버지 옆엔 나
늘
등 도닥여주며
손잡아 일으켜주시는
든든한 아버지
햇살 받아 반짝이는 장독대
아빠!
아버지는
어디에나 계셨던 것을
◇靑蘭 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아버지는 청음 같은 존재였다. 늘 행복을 손질하고 때론 근엄하기도 하며 해맑은 미소를 가득 담고 계셨다. 그리고 햇살 받아 반짝이는 장독대 독처럼 가슴속 한켠에 늘 함께하는 그런 소중한 분이었다. 그만치 아버지의 그늘은 깊고도 넓으셨다. -안종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