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불확실한 경제선택, 우리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언제나 불확실한 경제선택, 우리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 이대영
  • 승인 2019.08.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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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프랑스 수학자 제라드
‘불확실성 아래 경제학’ 발표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불완전
다수 변인·상호 연관성 고려 후
최선책 선택하는 방법이 필요
한곳에 모여있는 대구 산단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꼴
공해 등 산업재앙 자초한 셈
신택리지-불확실성아래결정
불확실성. 그림 이대영

 

이대영의 신대구 택리지 - (32)경제의 불확실성

1983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프랑스 수학자 제라드 드브뢰(Gerard Debreu, 1921~2004)는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1776년 ‘국부론(國富論)’에서 주장했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수학적 방법으로 규명했다. 또한 ‘불확실성 아래 경제학(Economics under Uncertainty)’을 발표했다.

인간이 신이 아닌 한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어려운 경제적 용어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Let any one of you who is without sin be the first to throw a stone at her)”외쳤던 성경의 장면에다가 ‘불확실성 아래 경제학’을 연상하자. “예수께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Jesus bent down and started to write on the ground with his finger)”라고 적혀있다. 그가 시대를 앞서가는 선지자라고 소문을 들었기에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에 몰아넣어서 그가 어떻게 헤어나는지를 시험하고자 했다. 그는 잘못했다가는 그녀 대신 돌을 맞고 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땅바닥에 쓴 것은 목수아버지로부터 배웠던 먹줄로 줄그을 때 사용했던 ‘→, ←, ↑,↓, ↔’ 화살표였다.

그 짧은 시간에 ‘불확실성 아래 최선책 결정모델(Decision Model under Uncertainty)’을 자신만이 아는 기호로 표시했다.

쉽게 풀이하면, i) 법대로 하자면서 간음여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ii) 반대로 잡아온 그대는 얼마나 깨끗한가? 당신부터 심판하자(←). iii) 이런 것은 로마제국의 율법 등 각종제도(국가시스템)의 문제다. 모든 책임을 지배자들에게 있다고 돌린다(↑). iv)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인간을 심판한다는 건 그 자체가 문제다. 나 역시 죄인이다(↓). v) 인간은 양심의 동물이다.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 감정을 진정하고 이성을 되찾을 수 있다. 서로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결정모델을 그렸다. 그 가운데에서 최선의 방안인 양심의 가책(remorse of conscience)을 받도록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는 말이 떨어지자, 잠시 침묵하는 분위기는 “그래 네가 죄가 없단 말이지?”라고 자신이 심판받는 기분이었다.

대구경제도 몇 차례 불확실성 아래 경제선택을 보다 현명하게 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처참하지는 않았을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198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리처드 니콜라스 스톤(John Richard Nicholas Stone, 1913~1991)은 캠브리지대학교(Cambridge University)에서 통계학을 배워 영국통계청에서 근무했던 실무경험을 토대로 1954년에 ‘영국에서 소비지출과 형태의 측정’이라는 저서를 출간했으며, 1984년에 국민계정(national accounting)을 개발했다. 다시 이를 기반으로 ‘사회 회계 매트릭스(social accounting Matrix, SAM)’를 개발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닌 다수의 변인(變因), 상호연관성 등을 매트릭스(결정체크리스트)로 만들어서 최선책을 선택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사이 공무원들은 70~80%가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이라서 체크매트릭스(check matrix)를 만들어 결정하는 건 다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는 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조선건국책사 정도전(鄭道傳)이 지적했던 고려 500년 공무원의 폐단은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 하는 게 아니다(不爲也, 非不能也)”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대구경제에도 적용되고 있다. 맹자도 BC 600년경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진(晉)나라 문공(文公)과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전하고 있지만, “깃털 하나도 들지 못하는 건 힘을 아예 쓰지 않기 때문이다. 수레에 실은 장작이 보이지 않는 건, 눈을 뜨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예 봉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지도자가 제 노릇을 못하는 건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不爲也, 非不能也).”

◇지방자치제도, 핌프현상(Please in my period)만 팽배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부터 ‘민주주의 학교(school of democracy)’ 혹은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 democracy)’라는 지방자치제를 도입 실시했다.

2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대구경제성장이라는 관점에 볼 때는 잃어버린 20년(the lost two decades)이다. 사회적 현상으로 외부에서는 i) 내 임기 내에 해야 한다(Please In My Period) 현상이 뚜렷하고,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는 ii) 관자(管子)의 ‘권력수행(權修)에서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이 백년대계(百年大計莫如樹人)’라는 위정철학을 실천한다는 모양새다. 즉 “제발 내 사람만을 꼭 심자(Please Implant My Persons)”현상이 팽배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재정은 공공선택에 따라야 한다는 공공선택이론(public selection theory)에서도 순수한 경제논리에서 의사결정이 되는 게 아니다. 유권자의 표심, 차기집권 의욕, 통상적 과반수 등의 사익차원(私益次元)에서 대부분이 결정되고 있다.

‘로마황제 앞에서 2명의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첫 번째 가수가 노래를 잘 불렀으나, 두 번째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상을 받았다. 이유는 로마황제의 높은 음악적 소양에 첫 번째가 가수가 미달했기 때문이다’라는 우화가 있다. 수상식장에서 부른 두 번째 가수는 첫 번째보다 더 못 불렀다. 이와 같은 공공선택이론으로 제임스 부캐넌(James Buchanon, 1919년생)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시골교사를 했던 무명의 경제학자였으나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오늘날 우리의 의사결정 현실에서 이와 같이 많은 공공선택이 결정되고 있다. 결국 우리의 대부분의 선택은 두번째 가수, 즉 최악을 선택하곤 한다.

금융경제이론이나 위험분산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累卵之戒)’는 경험을 토대로 포트폴리오이론을 창안한 해리 맥스 마코위츠(Harrry Max Markowitz, 1927년생)는 199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954년에 시카고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주식시장 분석을 위한 응용수학선택(Selection of Applied Mathematics for Analysis of Security Market)’을 지도하고 있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교수는 마코위츠에게 “포트폴리오 이론은 경제학이 아니라, 농담이다(Portfolio theory is a joke, not an economics)”라고 하면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주었다.

그런데 우리 대구경제에서는 포트폴리오이론(portfolio theory)을 ‘경제적 진짜농담’으로 듣고 있다. 대구도심 산업공단배치에서 3공단·염색공단·서대구공단·성서공단은 누가 봐도 계란을 한 바구니 소복하게 담은 모양이다. 공해 이외에도 여하한 산업재앙만은 확실하게 자초한 셈이다. 과거 러시아의 콤비나이트(Kombinat), 시카고의 클러스터(Cluster) 등 산업단지 집중배치로 산업공해, 산업재앙, 각종범죄의 집중화로 골머리를 앓았던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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