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신 천변 차도에 심상찮은
물체가 누워있다.
차들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데
내릴 수 없는 절박한 상황
조바심에 가까스로 물체에 근접
한 순간, 아뿔싸!
이른 아침, 얼마나 쓸쓸한 적막함
으로 척박한 도심을 외출한 고라니
그의 깊은 눈망울 깜빡이며 사선을
건너왔을까
어쩌다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에
따스한 육신을 싸늘히 식어가게
했을까…
안쓰러워 백미러로 지켜본 잠깐의
시간, 몸은 이미 거친 바퀴에 치어 선혈
낭자하고, 일어나려~ 일으켜 세우려~
머리를 들어 올려도 지나간 시간처럼
돌아올 수 없는,
아련히 깜빡이는 적색등!
그 순간,
불식간에 닥쳤을 순정한 고라니의
아침 산책길
어느 날. 우연히.
내 생애 산책길에서
너 같은 내가 되었다면,
◇차승진(車勝鎭)= 한국문인협회 회원, 아세아 문예 신인상, 월간 모던포엠 단편소설 신인상, 낙동강문학 동인, 소설 ‘숨겨둔 이브’에게 출간,
<해설> 애상이 짙게 흐른다. 삶은 늘 이율배반적이요 위태한 선상에 있다. 아침 산책길 나선 고라니 주검을 천만 개 바람의 손이 쓰담는 모습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끝 연에 잘 나타나 있다. ‘너 같은 내가 되었다면’ 토로하는 화자 고뇌의 심경이….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