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의 기본(3): 진정성[authenticity; 眞正(情)性]이 핵심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의 기본(3): 진정성[authenticity; 眞正(情)性]이 핵심이다
  • 승인 2019.09.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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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 총장
3년 전 이맘때.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물 한잔(0.36달러)을 주문하고 팁으로 500달러를 지불한 진기한 일이 있었다. 어떤 노부인의 딸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위로와 배려를 베푼 이 식당의 종업원에게 감사하고, 식당을 떠나면서 냅킨에 이렇게 메모를 남겼다. “어머니에게 1년 중 가장 우울한 날을 당신이 멋진 날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머니가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 앞에 있을 때 생면부지의 당신이 돈을 내겠다고 고집했고, 그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년째 되는 날이어서 어머니는 매우 우울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어머니에게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어머니가 이렇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식당 종업원이 노부인에게 베푼 행위는 진정성(眞情性)이 가득한 배려였고, 이날의 파격적인 팁은 팁이 아닌 진정한 감사의 표시였다.

물건을 사고 팔 때도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는 상호간의 배려와 진정성(眞正性)이다. 2011년 알리바바의 신뢰를 심각하게 깨트린 사건이 있었을 때 마윈 회장은 사태에 대처한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진정성이다. 우리는 직원들의 진정성과 온라인 시장의 진실성을 바탕으로 소규모사업체를 신뢰할만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마련하였다. 이 같은 우리의 문화와 가치관을 훼손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5년 뒤 알리바바는 월마트를 뛰어 넘어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로 성장했다. 불신이 만연한 사회에서 진정성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체험경제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제임스 길모어와 파인2세는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진정성(authenticity)이라고 강조하였다. ‘진정성’은 소비자와 상품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며, 소비자들에게 마케팅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요소로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자연성’이다. 자연적 요소를 주입하는 것으로, 가공되지 않거나 합성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진정성이 발견된다. 무농약, 친환경제조 등으로 진정성을 어필하는 경우이다. 둘째로는 ‘독창성’이다. 새로운 것이나 차별성이 강한 것에서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애플의 소비자친화적인 기술이나 디자인처럼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초의 것에 진정성이 있다고 소비자들은 인정한다. 셋째, ‘특별함’이다. 고객의 개별적 요구에 각별한 배려와 진심으로 봉사하는 서비스에 사람들은 진정성을 느낀다. 넷째는 ‘연관성’이다. 사람들이 문화적 관습이나 영화를 보고 실생활에 가까운 진실성을 느꼈을 때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끝으로, ‘영향력’이다. 본인이나 타인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되도록 돕고, 그 의미가 인정될 때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인식한다.

김상훈과 박선미는 ‘진정성 마케팅’에서 “훌륭한 브랜드는 인간적이며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진정성 마케팅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겸손하고 정직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탄생스토리가 있고, 실력이 있으나 겸손하고, 따뜻하고, 쿨하고, 열정이 있고, 사회적 이슈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진정성은 신뢰할 수 있는 착한 브랜드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좋은 제품도 중요하지만 착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착한’ 브랜드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겸손, 정직, 양심, 건전한 윤리의식,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우선은 비즈니스의 목적을 ‘소비자의 행복’에 두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욕망프로젝트’에서 멜린다 데이비스가 주장한 최적의 마음상태인 ‘O’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그녀는 마케터가 물질적 풍요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모델에서 탈피하여 소비자의 아픔을 치유하는 ‘형이상학자’로 변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유자로서의 마케터 역할이다. 소비자는 정신적 위안 곧 안락한 마음상태를 얻기 위해 특정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결국 진실과 정직 그리고 인간적인 따스한 배려, 참된 마음 이 고객과의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바탕이 된다. 이처럼 진정성은 곧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

세계적인 신뢰전문가인 옥스퍼드대학교의 레이첼 보츠먼 교수도 “모든 행위와 관계와 거래의 근간은 신뢰”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세계 최대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회사인 에델만이 발표한 2019 신뢰도 지표 조사에서 한국의 신뢰도는 46%로 매우 낮았고, 기업신뢰도는 38%로 가장 낮게 조사되었다. 또 지난해 9월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전 세계 64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이렇듯 불신이 가득한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판매자를 신뢰하고 선택할까? 그 답은 ‘진정성’을 실천하는 굿 컴퍼니(good company), 곧 약속을 잘 지키고, 도덕적이며, 진실과 원칙을 중시하는 판매자이다. 또한 이기적인 자세를 버리고 최선을 다해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기업이다. 앞서 두 번의 칼럼에서는 ‘의미의 다름 찾기’와 ‘단순함’이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되는 마케팅의 기본은 ‘고객에 대한 진정성’이다. 요즈음 혼미한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덕목도 역시 ‘국민에 대한 진정성’이 아닐까. 어느 때나 어디서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겸손하고 정직한 지도자를 사람들은 신뢰하고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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