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수용능력
조망수용능력
  • 승인 2019.09.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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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심리학, 혹은 아동의 발달과 관련된 공부를 하다보면 ‘조망수용능력’이란 말을 접하게 된다. 조망수용능력은 [타인의 행동이나 관점을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이다. 이 용어가 다시금 많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조망수용능력은 아동인지 발달의 대표적인 학자인 심리학자 피아제(Jean Piaget)에 의해 처음 언급되었다. 그 후 조망수용능력은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로버트 셀만(Robert Selman)에 의해 더 깊이 있게 연구가 되었다. 셀만은 아동이 다른 사람의 입장과 인지 그리고 관점 등을 추론하여 이해하는 능력을 총 5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조망수용능력이 생기지 않은 단계인 0단계는 3세-6세 사이의 아동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때 아동은 자신과 타인을 구분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단계이다. 즉, 자아 중심적 사고를 하며 타인도 자신의 견해와 동일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 단계가 조망수용능력이 생겨나지만 아직 미흡한 1단계로 6세-8세의 아동이 이에 속한다. 이 단계에서 아동은 동일한 상황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조망수용능력이 출현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어서 타인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특성을 보인다.

다음 2단계(8세~10세)에서 아동들의 조망수용능력은 더한층 발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아동들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특유한 가치 혹은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뒤에 3단계, 4단계에서 아동들은 더 고차원 적인 조망수용능력의 발달을 하게 된다. 지면 관계상 설명은 조망수용능력 발달 2단계까지만 설명해보겠다. 오늘 생각해보고자 하는 조망수용능력과 관련된 이야기는 2단계로 충분하니까.

한 심리학자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의 상황은 이러했다. TV 화면에 바구니와 박스가 각 하나씩 놓여있다. 그리고 그 방에는 샐리와 앤 이라는 두 여자 아이와 공 하나가 있다. 먼저 샐리가 공을 바구니에 넣고는 방 밖으로 나간다. 공은 바구니에 담겨 있고, 박스는 비어 있다. 다음으로 앤이 샐리가 담아둔 바구니 속의 공을 빼내어서 박스에 넣고 방을 나간다. 공은 바구니에서 박스로 옮겨졌다. 이제는 바구니가 비었다. 잠시 후 방을 나갔던 샐리가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여기까지 화면을 보여주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다시 돌아온 샐리는 어디에서 공을 찾을까요? 바구니일까요? 박스일까요?”정말 간단한 실험이고, 간단한 물음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실험의 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6세 미만의 아동들이다. 6세 이하의 아동들은 자신이 본 대로 세상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이 실험은 일명 샐리-앤 시험(Sally-Anne Test)이라고 하는 조망수용능력 발달에 관한 실험이다. 내가 보는 관점과 상대방이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이 6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아직 없다.

평균적으로 아동들은 조망수용능력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자기중심적인 세상에 존재한다. 즉, 내가 본 것을 남들도 똑 같이 본다고 생각을 한다. 보는 자리에 따라서 자신과 타인의 관점, 입장 차이가 남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6세 이후의 아동들은 조망수용능력이 출현하게 되고, 그 후 10세가 되면 타인의 입장,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내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지 못한 세상, 나와 다른 방향에서 보여 지는 세상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나와 종교가 다르다고, 나와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졌다고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한다. 마치 세상이 반쪽만 있는 것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타인의 입장, 타인의 관점도 존중해주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게 어른이다. 10살 어린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이 요즘 참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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