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메일을 찾았다
얼어있던 바람 사이 잔뜩 웅크린 숲을
초록 아카펠라가 깨웠다
무채색 소절들 마다 덜 여문 백목련 망울들
끄덕끄덕
유채색 음계를 짚는 하늘
가장 낮은 곳에서
고개 내미는 파란 음표들
귀를 만지는 풋풋한 소리가
봄을 협연한다
모니터 맨 귀퉁이
활짝 핀 영산홍 배경 낯익은 젊은 친구가
봄의 악장으로 초대한 어떤 날
나는 다시
내게 메일을 쓴다
되돌이표를 제 안에 끌어안은 채 움츠린
그 겨울 악보 속
푹 삭은 늙은 친구를 위해
지금 이 시간을 더 멋지게 다듬어
다른 먼 어떤 날
내내 그가 잊고 있을
봄을 보낸다.
◇김부회= 1963년 서울産. 제9회 중봉 문학상 대상, 김포신문詩칼럼연재(13~), (월) 모던 포엠 문학평론연재(14~),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14)/ 물의 연가/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모담산, 둥근 빛의 노래/척]외 다수 공저
<해설> 가끔씩 스스로에게 메일을 보낼 때가 있다. 좋은 글이든, 남기고 싶은 글이든…세월이 흘러 그 메일을 열어보았을 때, 봄날처럼 풋풋했던 글이 새삼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지금 내가 나에게 보낸 글이 또 먼 훗날 어떤 계절이 되어 어떤 음악으로 울릴지 기대해 볼 일이다. -김인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