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 더 올바른 혁신이 되기를
대입제도 개편, 더 올바른 혁신이 되기를
  • 승인 2019.09.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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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교육부가 드디어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대입제도에 대하여 국민들이 불신하는 부분, 학생들이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불공정한 점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거란다. 고등학교 교육에까지 그 범위를 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최근 떠들썩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 특혜의혹에 대한 조치일 것이다.

‘수능중심’의 정시전형 확대에 대한 정도, 수시 전형의 불투명성을 개선하는 방안, 어쩌면 수능 개편까지도 이야기될 가능성도 있다. 전반적으로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입이란 이곳저곳 문제나 논란의 여지들이 있더라도 쉽사리 건드릴 수는 없는 중대 교육정책이다. 이번 교육부의 검토 결정은 이러한 점에서 국민들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 고조에 대하여 심도 깊게 판단하고 내린 특단의 조치다.

Kingdon의 ‘정책 창 모형’은 정책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바뀌는지, 정책의 실현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정책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는 모형이다. Kingdon은 사회 속에서 계속적으로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문제의 흐름’, 전문가 집단이 대안을 개발하고 소개하는 ‘정책대안의 흐름’, 정치적 사건을 의미하는 ‘정치적 흐름’이 개별적으로 존재함을 설명한다. 그러다가 이 세 가지 흐름이 우연히 맞아떨어질 때 ‘정책선도가’에 의하여 ‘정책의 창’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 기회를 틈타서 정책은 새롭게 개혁되거나 수정된다. 지금 대입제도에 대한 정책 변동의 과정이 정책 창 모형에 그대로 대입된다. 교장공모제, 교원능력개발평가정책, 등록금 부담완화정책 등 우리나라의 다양한 정책들은 이러한 모형으로 쉽게 설명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 대부분이 실로 정치적 흐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대입이라는 정책의 창이 정말로 실현되는 순간, 어떤 일이 연이어 발생할 지는 미지수다. 이미 사교육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사교육 시장에 대한 대비도 추후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정시를 강화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대입정책의 큰 움직임이 예측되는 가운데에서 가장 불안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단연코 학부모다. 특히나 현재 중학생 정도를 재학하는 학생을 자녀로 둔 대한민국의 학부모라면 더욱 피부에 와 닿을 수밖에. 비단 초등학교라고 해서 대입 이야기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웃픈’ 현실이기에 어디까지 걱정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부디 새로운 교육정책이 적용될지 모르는 어느 시점의 아이들이 무턱대고 정책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아이들을 위한 정책은 반드시 고민에 고민을 거쳐서 시행되어야 한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주 만에 논문 한 편을 뚝딱 써내는 일은 경이롭다. 수년 간 박사 학위를 공부하면서 논문 한 편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나로서는 반성에 반성을 거듭할 노릇이다. 사실 어느 학생이 어느 논문 공저자로 올렸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는 이 전에도 몇 번 들었다. 그런 논문 천재가 막상 대학 입학 이후에는 어디 작은 국내저널에라도 단 한편 등재하지 않는 현실 또한 안타깝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래, 사실 대입을 위해서 필요 이상의 일에 뛰어드는 이러한 아이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일전에 지인의 자녀가 어느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자소서라고 교정을 부탁받은 적이 있어, 한 번 건네준 원고를 읽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원서를 제출하는 그 날까지 얼마나 처절하게 그 학과만을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수렴의 인생사가 녹아 있었다. 마음이 짠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고 한 타의 띄어쓰기 낭비조차 없는 아이의 치열한 원고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이들이 자기의 의사가 아닌 다음에는, 대학 입학만을 위한 그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이, 그리고 학부모가 그렇게 움직이게끔 만드는 대입제도는 당장 재고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어떤 경위로 열린 정책의 창이든 간에 이번 대입제도에 대한 교육부의 검토를 기대하고 싶다. 지금 대입제도를 개편하는 논의 끝에 그것이 더욱 공정한 제도로 거듭나기를, 그래서 마침내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혁신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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