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총체적 위기감이 디플레이션을 부른다
[이효수 경제칼럼] 총체적 위기감이 디플레이션을 부른다
  • 승인 2019.09.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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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국민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이고, 8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우리는 여기서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는 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가? 둘째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가? 셋째 디플레이션을 예방하려면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가?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을 포함한 생산자의 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감량경영을 하거나 도산하는 기업이 증가하게 되고, 그 결과 실업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소득이 줄게 되고, 소득이 감소하면 다시 소비를 줄이게 된다. 소비가 줄면 수요 부족으로 물가는 다시 하락하고, 그렇게 되면 기업은 다시 생산과 고용을 줄이게 된다. 경제성장률과 물가하락률이 상호작용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더 우려되는 것은 디플레이션이 과도한 가계부채와 맞물리면서 잘못하면 부동산 공황과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천556조 원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면 부동산을 헐값으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 1997년 금융위기가 과도한 기업 부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면, 앞으로 디플레이션에 의한 금융위기는 과도한 가계부채에 의해 촉발될 위험성이 높다.

‘이효수 블로그’는 지난 2년 넘게 ‘이효수 경세제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의 필요성과 그 방향을 제시해 왔다. 2018년 말에는 국내 4대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경제체질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해외 4대 리스크가 겹치면서 2019년 말이나 2020년에는 국민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경제체질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체질을 약화시키는 정책과 ‘소모성 재정확대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사태를 악화 시키고 있다. 현 정부는 집권초부터 소득증대를 통한 내수시장 확대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개선한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이 정책의 도입 초기에, ‘이효수 경세제민’은 한국의 최저임금 지대가 생계형 자영업자와 생존형 중소기업에 밀집 분포하고 있어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성장과 분배는 모두 악화되었다. 정책결과가 정책목표와 반대로 나타나는 정책 실패가 발생한 것이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정부 정책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지금 ‘소모성 재정확대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공시지가 인상 등 갖가지 방법으로 세금 징수를 확대하고 정부 부채를 늘려가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을 편성하여, 현금 복지 확대나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재정지출을 집중화하고 있다. 그리고 4대 보험 수혜 범위를 크게 확대하면서, 연금·의료보험료 등을 인상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연금 등 공기업을 정부 재정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공기업의 부실화도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은 증가하고, 가계의 처분 가능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마저 높아지면서 투자와 소비는 감소하고 내수시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금 OECD 국가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인구 절벽에 직면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축소시키게 된다. 그만큼 디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마찰마저 일어나면서 수출경기도 악화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수출경기의 악화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어렵게 만들어 투자수요 감소를 초래하고, 이것은 다시 국내 시장의 소비수요를 감소시키게 된다.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그만큼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연상하는 이유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국민들에게 올바른 경제비전을 제시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기업의 보유자금이 투자 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데 지혜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정치 과잉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소모성 재정확대 정책’에서 ‘가치창출형 적정 재정정책’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민간경제의 영력을 확대시켜 주어야 한다. 정부는 산업 경제에서 창조경제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낡은 경제 시스템과 인재 육성 패러다임을 서둘러 혁신하여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투자도 확대되고 생산성도 향상되면서 수출경쟁력이 강화되어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실질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수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민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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