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점은 숨겨 주고 좋은 점은 선양해 준다 (隱惡揚善)
나쁜 점은 숨겨 주고 좋은 점은 선양해 준다 (隱惡揚善)
  • 승인 2019.09.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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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경예임회장·전 중리초등교장
대경예임회는 1999년 9월에 창립된 교원의 모임이다. 여행, 등산, 강좌, 교육현장지원, 봉사활동 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로 꼭 20년이 되었다. 이번에 새로운 집행부가 조직되었고 9월 첫 주 수요일에 함양에 있는 삼봉산 산행을 하였다. 모임만도 470회를 맞이한 대단한 단체이다.

버스 차 안에서 이동철 전 교육장이 접이부채를 활짝 펴면서 이근필 퇴계 종손이 쓴 ‘은악양선(隱惡揚善)’이라고 쓰인 글자를 보여 주었다. 그 뜻은 ‘나쁜 점은 숨겨 주고 좋은 점은 선양해 준다’이다. 이 글은 공자의 손자 자사가 지은 중용에 나오는 이론적 배경도 설명하였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순임금은 참말 대단한 지혜의 소유자이시다. 순임금은 누구에게나 묻기를 좋아했고, 아주 깊숙한 맛이 없는 얕은 말에서도 살피길 좋아했다. ‘은악이양선(隱惡而揚善)’했다. 그리고 나쁜 점과 좋은 점의 양극단을 파악하여 그 중용을 백성에게 적용하였다. 바로 순임금이 순임금 된 까닭이다”라고 했다.

필자가 읽은 중용에서 ‘은악이양선(隱惡而揚善)’을 도올 김용옥은 ‘은오이양선(隱惡而揚善)’이라 했다. 선(善)의 반대는 불선(不善)이라는 의미에서다. 악(惡)은 글자 그대로 악한 사람의 의미가 강하다는 뜻에서다. 오(惡)의 반대 의미는 미(美)와 짝을 이룬다고 말하였다. 얼굴이 추하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악인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예로부터 성선설의 반대의미는 성악설이었다. 굳이 ‘은오양선(隱惡揚善)’으로 읽어야 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통하는 세 가지의 덕을 삼달덕(三達德)이라 한다. 지인용(智仁勇)을 말한다. 순임금은 중용에선 지(智)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맹자’에도 순임금은 농부, 도공, 어부의 경력을 쌓아서 왕위에 오른 성군이었다. 그는 항상 남의 충고, 남의 좋은 점을 즐거이 취해왔다고 한다. 아주 깊숙한 맛이 없는 얕은 말에서도 살피길 좋아했다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서 진정한 민심을 파악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순임금은 남의 나쁜 점은 숨겨주고 좋은 점은 선양해 주었다. 여론이 한결같지 않을 땐 그 양극단을 파악하여 그 중용을 백성들에게 적용했다고 한다. 여론의 주인은 백성이다. 순임금은 여론의 주인공이 다 같이 만족하는 중용을 간파하여 베풀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것은 정치인의 대도이다. 중용은 중(中)이 아니다.

논어에서 공자는 “제자들아 내가 뭣을 숨긴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숨기는 일이 없노라. 나는 여러분과 함께하지 않는 일이 없다. 이것이 바로 나 공구(孔丘)라는 사람이다”고 하였다. 또 “내가 아는 것이 있겠는가? 나는 아는 것이 없네. 그러나 한 촌사람이 나에게 물어왔을 때 그 하는 말이 어리석어도 그 질문의 양단을 곰곰이 풀어 성의를 다해서 설명을 해줄 뿐이네”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하는 숨김이 없음은 무은(無隱)이다. 공자는 비록 촌사람일지라도 질문의 처음과 끝을 꼼꼼하게 풀어서 성의를 다해서 반드시 설명을 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양단을 중(中)으로 보는 관점인 것이다.

맹자는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않겠는가?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해치지 못할까 걱정을 하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오로지 사람을 해칠까봐 걱정을 한다. 무당은 병든 사람을 치유하면서 병이 낫지 않으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하였다. 그러나 관을 짜는 목수는 병든 사람이 나아서 관이 팔리지 않으면 어쩌나 염려하였다. 누구든 어짊을 행해야 한다. 어짊을 행하는 사람은 활쏘기를 하는 사람과 같다. 활을 쏘는 사람은 먼저 몸을 바르게 한 후에 화살을 당긴다. 당겨진 화살이 설령 명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기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돌이켜서 반성할 뿐이다”하였다.

천자문에도 ‘서기중용(庶幾中庸) 노겸근칙(勞謙謹勅)’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쪽으로든지 치우침이 없기를 바라거든, 열심히 일하고, 다른 사람에겐 겸손하고, 스스로 삼가고, 단단히 타일러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학교에서는 ‘칭찬 릴레이’를 실천하여 왔고, 대구에서는 ‘남의 말 좋게 하자.’는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안동에서는 지난 4월 칭찬 운동의 ‘은악양선(隱惡揚善)’실천본부가 창설되었다고 한다. 나쁜 점은 숨겨주고 좋은 점은 선양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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