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용서의 미덕, 참을 인(忍)자의 의미
[금요칼럼] 용서의 미덕, 참을 인(忍)자의 의미
  • 승인 2019.10.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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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식
대구공업대 교수
경영학 박사
다음은 갓 결혼한 상태로 지방 출장을 가게 된 조선시대 한 선비의 이야기이다. 선비는 어느 날 지방 출장 명령을 받게 되어 출장지로 가는 길에 시골 장을 지나다 우연히 점을 보게 되었는데, 점괘에는, "당신은 오늘 참을 인(忍)자를 세 번 가슴에 새기지 않으면 큰 화를 당할거요" 라고 쓰여 있었다.
점괘를 본 선비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냥 "점쾌에 불과하니까"라 생각하며 무시하고 출장길을 계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출장이 취소되어 버렸다는 연락을 듣게 되었기에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늦은 밤 집 마당에 도착해보니 방안에서는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댓돌위에는 마누라 고무신과 남자 고무신이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선비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자기가 출장간 사이에 마누라가 외간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온 것이라 생각하고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단숨에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허리에 찬 칼을 뽑아 이불 속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칼을 내리 칠려고 하는 순간, 그날 아침의 점쾌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크게 숨을 들이키고 참을 인자를 하나, 둘, 셋 세다 보니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다시 큰 호흡을 하고나서 외간 남자가 어떤 놈인지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죽여야 되겠다 생각하고 이불을 확 걷어차니 이불속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벌벌 떨고 있는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아내와 처제가 아닌가? 바로, 이웃마을에 살고 있는 처제가 출장을 간 형부로 인해 혼자 잠을 자게 될 언니가 외롭고 무서울 것 같아서, 일부러 아버지 고무신을 신고 언니 집으로 와서 함께 자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선비가 만약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그대로 칼을 내리쳐서 아내와 처제의 목숨을 앗아 갔다면 얼마나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하였을 것인가?
그렇다! 위 선비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 역시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뜻하지 않게 화가 나고 분노가 생기는 일을 당할 때가 있겠지만, 화가 날 때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거나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나중에 후회를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일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누군가에게 발을 밟혔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 행동하는가? 발을 밟힌 사람이 오히려 먼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자신이 상대의 발을 밟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밟혔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장군스피치리더십" 수업을 진행하면서 장군의 행동 철학과 리더십의 덕목을 강조하며 가르치고 있다. 물론 힘들고 먼 길이지만 그래도 우리 학생들 모두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동안 위대한 장군과 같은 덕목을 지닌 리더가 되기를 바라면서 특히, 가장 핵심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용서'의 덕목이다. 즉, 누구에게든지 먼저 "미안합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와 겸손을 가지라고 한다.
고의든 아니든 내 발을 밟은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해주라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먼저 용서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든지 사과하라고 얘기한다면 서로 간에 분쟁의 씨앗이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분쟁을 방지하고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장군의 덕목을 가진 보다 큰 리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잘잘못을 떠나 자신이 먼저 "미안합니다"라고 얘기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께도 감히 이러한 나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말씀 드리고자 한다.

"여러분! 여러분은 누군가가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자신에게 달려든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고 오히려 상대방이 잘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화를 내고 달려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미안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상대방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서란 모든 문제의 보이지 않는 해결사입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고 슬픔을 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나에게 큰 아픔을 준 사람을 평생 가슴속에 품고 증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준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나쁜 감정을 가슴속에 품고 증오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정신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은 일입니다.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내가 상대에게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용서는 행복과 직결됩니다. 용서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지금 불과 같이 화가 난다고 할 지라도 참을 인자를 가슴속에 새기고 상대방을 용서하십시오. 용서할 때가 가장 행복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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