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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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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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퍼링 걸린 것처럼 귓속에 멈춰있다 뇌를 파고드는 소리 일상처럼 켜 놓은 티브이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소음이 저 혼자 남아 다른 소음을 먹어치운 것뿐이지 초서체 액자에 귀 기울여본 적 있지 글자의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지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고 했었나 아닌가 눈이 오네 눈이 소리를 내네 세상의 소릴 다 잡아먹었나 봐 눈 소리만 들리네 내 귀는 소란하지 않아 저 밖의 소릴 다 잡아먹고 내 목소리만 부풀리고 있지 초록도 하얘지고 동백도 하얘지고 달팽이관엔 눈의 소리만 쌓여가지 백악기에도 눈이 내렸을까 브라키오사우루스의 귀에도 눈의 소리가 쌓였을까 들어봐 자궁 속 신비한 소리가 저 창밖에 쌓이고 있어 귀 밖의 소리는 모두 환청이야 소리는 들리는 게 아니야 귀를 감싼 소음의 덮개를 제왕 절개하면 소리를 볼 수 있을 거야 만질 수 있는 소리 말이지

◇김부회= 1963년 서울産. 제9회 중봉 문학상 대상, 김포신문詩칼럼연재(13~), (월) 모던 포엠 문학평론연재(14~),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14)/ 물의 연가/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모담산, 둥근 빛의 노래/척]외 다수 공저.

<해설> 소란스러운 소리는 듣기 싫다, 깨끗하고 맑은 소리만 듣고 싶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들은 내리는 눈으로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 굳이 푸르고 붉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소리들을 들을 이유가 없다. 모두 순백색이면 그만이다. 하얀 눈을 만지며 느껴지는 촉감들은 소리가 아니어도 말을 한다. 그렇게 소음이 아닌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김인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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