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무법자 전동킥보드
조용한 무법자 전동킥보드
  • 승인 2019.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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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킥라니, 도로 위의 쥐새끼 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전동킥보드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붙인 별명이다. 필자 역시 전동킥보드에 놀란 적이 많아 멀리서 보이면 내가 인도에 있어도 더욱 벽 쪽으로 붙어 걷고, 횡단보도 맞은 편에 전동킥보드가 보이면 아이부터 무조건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길을 걷다 보면 소리도 없이 갑자기 휙 스치듯 지나가는 재빠른 전동킥보드에 다들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인도에서 버젓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횡단보도를 전동퀵보드에 올라탄 채로 건너는 사람들, 행인 사이를 곡예운전으로 모든 사람들이 불쾌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을 다들 보았을 것이다. 물론 안전하게 주행하는 전동킥보드 운전자들도 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지 않더라도 놀라서 넘어지거나 피하려다 다치는 것과 같은 경미한 사고는 전국에 수십 수백건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 해당한다. 차도에서 달려야 하고 인도에서 운행하면 불법이다. 당연히 자동차나 원동기면허를 소지해야 운전가능 하며 오토바이와 같이 안전모도 필수이다. 인도, 횡단보도, 자전거통행도로에서의 운행은 금지는 말할 것도 없다.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인데 실제는 어떠한가.

2016년에는 6만대였던 전동킥보드는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2022년에는 2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법규나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이다. 동성로 한복판, 혹은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는 경상감영공원이나 228공원 주변에 한시간만 서서 지켜보면 정말 천태만상의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을 볼 수 있다. 젊은 사람들도 가끔 소리도 없이 휙 지나가는 전동킥보드에 놀라고 때로는 주저앉게 되는데 어르신들은 정말 갑작스러운 접근에 대처가 힘들 것이다. 그러다가 혼자 넘어지면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전동킥보드는 등록번호판이 있는 것도 아니며 책임보험 가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방향지시등이나 제동등과 같은 모두의 안전을 위한 그 어떤 장치도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처음으로 전동킥보드로 인한 보행자 사망사고가 났다. 이 사고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다행히도 운전자가 잡혔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운전자는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였고 차도도 아닌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는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너무 심각한 손상에 보행자가 이송된 병원에서는 정말 전동킥보드의 사고가 맞냐며 되물을 정도였다니 그 심각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 운전자는 경찰에서 본인이 다칠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본인이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는데 이 얼마나 무지한 소리인가.

각종 자동차전문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글과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온다. 도로에서 주행 중일 때 사방에서 곡예운전을 하는 전동킥보드가 찍힌 영상, 횡단보도 바뀌자 마자 미친 듯이 출발하여 횡단보도를 건너는 전동킥보드 영상 등 그 종류도 숫자도 다양하다. 이뿐만 아니라 큰 교차로나 횡단보도에 전동킥보드사고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도 쉽게 볼 수 있다. 당장에 길거리에 나가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한둘이 아니다. 왜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일까. 생업으로 오토바이 배달업을 하는 기사들이 깜박 잊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는 최선을 다해 단속하고 벌금을 물리는 경찰들이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에게는 왜 한없이 너그러울까.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수십건을 적발할 수 있을텐데 그 어떤 경찰서도 이를 나서서 하지 않으니 전동킥보드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은 주행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달 추석연휴에는 집 안에서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다가 발화가 되어 집 안에 머물던 5명 중 부부가 사망에 이르렀다. 현관 근처에서 충전 중이어서 거기서 불이 크게 번져 대피가 더욱 어려웠고 결국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게 되었다. 국과수가 전동킥보드 본체와 충전기 등 잔해를 수거해 정밀 감식 중이라니 화재 원인이 곧 밝혀지겠지만 저가 배터리팩과 컷오프 기능이 없는 충전기 사용이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항변이 많다. 급속도로 이용자가 증가한 데 반해 운행과 관련하여 이용자 편의를 봐주는 부분은 미비하다며 불평하는데 사실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겪고 보는 전동킥보드의 위협적 운행이 더욱 불편하고 사고로 이어지더라도 쏜살같이 도망가는 그들의 뒤통수에 소리 한번 제대로 못 지른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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