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인이 자초한 동구의회 의장 해임 사태
[기자수첩] 본인이 자초한 동구의회 의장 해임 사태
  • 승인 2019.10.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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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석지윤
석지윤
사회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기초의회에 대해 주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 처음 대구 동구의회를 드나들면서 가졌던 생각이다.

동구의회는 지난 1년 동안 다른 기초의회보다 내부 마찰이 잦았다. 그 마찰의 중심에는 대부분 오세호 전 의장(자유한국당)이 자리했다.

오 전 의장은 의장 자리에선 내려오게 됐지만 의회에 유례없는 촌극을 수차례 일으킨 장본인으로 대구 기초의회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동료 의원들과 의회 사무국 직원들의 속을 썩였다.

오세호 전 의장은 지난 6월 의원들의 동의 없이 예결산 특위 구성을 강행하려 하다 이에 반발한 의원들이 회의장을 이탈하게 만드는 사태를 초래했다. 민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한국당 의원들도 함께 회의장을 떠난 파행 다음날, 그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공석이 된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운영위원회에서 합의된 투표안을 상정하지 않아 30일간의 임시회 파행이라는 촌극을 연출했다.

비상식의 백미는 불신임안 강탈 사건이다. 오 전 의장은 지난 1일 의원 8명이 불신임의안을 의회 사무국에 제출하자 심사를 이유로 불신임안을 요구한 후 이를 사무국에 돌려주지 않았다. 오세호 전 의장은 동료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의 서류 반환 요청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동안 이를 감춰두다가 민주당 소속 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까지 해야겠느냐, 불신임 표결 시 무효표를 던져줄 순 없느냐”고 애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이 “확답할 순 없지만 일단 의원들과 다시 의논해 보겠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오 전 의장은 사무국 직원에게 불신임안을 돌려줬다. 본인이 상임위원장 표결안 상정 거부로 불신임을 초래해 놓고 인정에 호소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추태를 보였다.

오세호 전 의장은 만장일치로 동구의회 의장에 당선되고 1년 3개월여 만에 만장일치로 해임이 결정됐다. 불신임의안 표결 당시 한국당 의원 5명은 회의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이 복귀하지 않은 이유가 표결에 들어간 상황 자체를 거부한 것인지, 한국당 중에서도 찬성표가 나오는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불신임의안 투표 전 진행된 운영자치행정위원장 투표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은 4표를 얻었다. 무표효를 던진 의원 2명이 불신임에 찬성했을지 반대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한편 오 전 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신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행정소송까지 진행하며 본인의 억울함을 피력했다. ‘의장 해임 사태’라는 파도를 넘어선 동구의회에 오세호 전 의장의 움직임이 다시 큰 파장을 일으킬지, 아니면 작은 물장구에 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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