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치의 혀(三寸之舌)
세 치의 혀(三寸之舌)
  • 승인 2019.10.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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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경예임회장·전 중리초등교장
북한은 지난 8일 “얼마 전 미국을 행각한 남조선 집권자가 미국산 무기 구매를 강박하는 상전의 요구를 받아 무는 비굴한 추태를 부렸다.”고 했다. 남조선 집권자는 우리나라 대통령이다.

“상전의 요구라면 염통도 쓸개도 다 섬겨 바치는 친미 굴종 행위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반도 평화를 유린해온 저들의 범죄적 정체를 기르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비난의 말들을 계속하였다. 그 전에도 ‘오지랖 넓은…, 하늘을 보고 소가 웃을 일…’등의 말들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형편없이 깔아뭉개고 비웃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 치 혓바닥 장난으로 세상을 기만하려 할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였다. 참 같잖은 말들을 하고 있다.

‘삼촌지설(三寸之舌)’은 ‘세 치의 혀’를 일컫지만 ‘뛰어난 말 재주’를 의미한다. 이 말은 사마천의 사기에 ‘세 치의 혀가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는 삼촌지설(三寸之舌) 강어백만지사(彊於百萬之師)의 말에서 유래한다.

중국 조나라의 평원군 밑에는 모수(毛遂)라는 식객이 있었다. 평원군은 왕의 명령으로 초나라에 합종을 맺고자 20명의 부하를 데리고 가기로 하였다. 식객 중에 열아홉 명은 뽑혔으나 한 명이 모자랐다. 이 때 스스로 행렬에 참가하기로 추천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모수자천(毛遂自薦)이다.

“저는 오늘에야 비로소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십사고 청하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주머니 속에 있었다면 자루까지 주머니를 뚫고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그까짓 송곳 끝이 문제이겠습니까?”하고 평원군에게 말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띈다. 즉 모수 자신은 주머니 속에 든 송곳이라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이야기이다.

평원군이 초나라 왕을 만나게 되었다. 평원군은 초나라 왕과 합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지만 한나절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모수는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앞으로 나아가 외쳤다.

“대왕께서 저를 꾸짖을 수 있는 것은 초나라의 많은 군대를 믿으시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열 걸음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대왕의 목숨이 이 모수의 손에 잡힌 칼자루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군대도 필요 없습니다. 지금 초나라 땅은 사방 5천리가 넘고 창칼을 잡은 병사가 백만이나 됩니다. 이것이 바로 패자가 되고 왕자가 되는 주춧돌인 것입니다. 이 강력한 초나라 힘에 대적할 군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진나라의 여러 번 공격에 초나라는 종묘를 욕보였습니다. 합종은 초나라에도 이익이 큰 것이며 결코 우리 조나라만 위한 것이 아닙니다.”고 역설하였다.

초나라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합종을 결정하였다. 초나라 관리들이 닭과 개와 말의 피를 가져왔다. 왕은 말, 제후는 개, 대부 이하는 닭의 피를 마셨다.

조나라에 돌아온 평원군은 “모수 선생의 경우는 내가 완전히 몰라 봤던 것이다. 모수 선생은 다만 ‘세 치의 혀가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말하고 즉시 모수를 상객으로 모셨다.

시오설(視吾舌)은 ‘혀만 있으면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위(魏)나라의 장의(張儀)는 초나라 재상 소양의 식객이 되었다. 어느 날 소양은 왕에게서 받은 화씨지벽의 진귀한 구슬을 부하들에게 자랑하다가 잃어버렸다. 소양은 초라한 식객인 장의를 의심하였다. 그리고 장의를 초죽음이 되도록 매질을 하였다. 장의가 휘청거리며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울먹이며 “어쩌다가 이런 꼴을 당하셨소?”하고 물었다. 장의는 실눈을 뜨고 아내를 바라보며 “내 혀를 봐요.(視吾舌) 아직 있소? 없소?”하는 것이었다. 몸은 비록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혀만은 상해선 안 된다. 혀가 건재해야 살아가면서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장의는 단지 혀 하나로 진(秦)의 재상이 되었다. 그리고 친구 소진이 이룩한 합종책을 깨는 연횡책으로 춘추전국시대를 이끌었다.

‘쪽박 쓰고 벼락을 피한다,’는 속담이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가 결렬되자 몹시 당황하여 엉겁결에 어리석은 방법으로 이를 벗어나려 우리나라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세 치 혓바닥 장난…’이라는 최대한의 비속어로 욕설을 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 북한의 못된 버릇을 ‘세 치의 혀’로 호되게 꾸짖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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