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고령사회, 노인을 위한 시장은 있다
[박명호 경영칼럼] 고령사회, 노인을 위한 시장은 있다
  • 승인 2019.10.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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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이달 초 대구 엑스코에서 ‘2019 대구 액티브 시니어축제’가 열렸다. 지난해 3배 수준인 3만 5천여 고령의 어르신들이 참가하셔서 활기차고 능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고 시니어관련 제품홍보와 마케팅이 펼쳐져 시니어산업의 도약에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고령화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고,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고령화는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2019 고령자 통계’에서 통계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대구가 15.1%로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부산에 이어 2위이고, 경북은 19.8%로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전남에 이어 두 번째라고 발표하였다. 또 2045년에는 경북인구의 10명 중 4명 이상을 노인 인구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따라서 우리 고장의 이처럼 높은 고령화비율을 감안할 때 시니어축제의 의미는 매우 크다 하겠다. 그러나 축제를 비롯해서 시니어산업이 실효성 있는 결과를 산출하려면 시니어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이해가 필수적일 것이다.

우선 시니어시장은 규모면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시장 판도를 멀지 않아 완전히 바꾸어버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있다. 고령인구의 숫자만 보더라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가능성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7% 이상)를 거쳐 2017년에 이미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했고, 2025년경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구성비가 2020년 15.7%에서 2065년에는 무려 46.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실로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 같은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그들의 구매력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그래서 고령층은 더 이상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왕성한 구매의욕과 충분한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소비자 집단을 형성하여 경제를 이끌어갈 주체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의 시니어비즈니스의 시장규모를 2010년 33조 원에서 2015년에는 68조 원으로, 그리고 2020년이 되면 125조 원 규모로 급격히 성장될 것으로 보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2020년까지 60세 이상의 노인소비가 약 1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시니어비즈니스 시장에 대한 이러한 장밋빛 기대를 가로막는 요소들도 숱하다. 우선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부정적인 고령담론이다. 고령쓰나미, 노인쓰나미, 잿빛쓰나미 등과 같이 고령화를 인류생존의 최대 위협요소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그것이다. 노인들은 궁핍하고, 이기적이며, 비용이 많이 드는 골칫거리인 존재로 보는 잘못된 사회인식이 만연하다. 심지어 노인들조차도 노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 미국의 퓨(Pew)리서치센터가 200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5세 이상 노인 가운데 35%만이 자신을 ‘늙었다’라고 여긴다고 응답하였다. 그래서 노인대학, 경로대학도 평생대학, 실버대학, 시니어 아카데미라고 이름을 바꾼다. 노인이라는 말 대신 ‘시니어’라든가 ‘실버’라는 국적도 의미도 불분명한 표현을 선호한다.

대체로 ‘시니어’란 50대 이후의 중·노년층을 의미하여, ‘실버’보다는 확장된 연령층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실버’란 하얗게 센 머리가 연상되는 단어로써 약자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반면에 ‘시니어’는 연장자 혹은 지위가 높은 어른을 뜻하여 긍정적 이미지를 지닌다. 대구의 축제에서 보듯이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도 나온다. 여유 있는 자산을 가지고 본인의 건강, 미용,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소비를 하는 중산층들로서,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높은 욕구와 구매력을 지닌 시니어들이다. 이렇게 볼 때 시니어시장의 잠재력과 시니어비즈니스의 매력은 충분이 크다. 급증하는 고령인구와 그들의 활발한 소비욕구로 거대한 시니어시장이 형성되고, 비즈니스의 내용도 매우 다양하게 세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시장은 크게 즐거움(enjoy)을 위한 시장과 노년의 불안에 대응하는 케어(care) 시장으로 양분된다. 어느 시장에서든 시니어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사업의 관건이다. 시니어소비자들은 노인 취급당하는 것에 저항하고, 자신은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노인용 상품을 배척하기도 한다. 그 결과 시니어비즈니스 현장에는 마케팅실패 사례가 무수하다. 거대기업 하인즈(H.J. Heinz Co.)가 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무려 10년에 걸쳐 개발한 통조림은 ‘저는요 늙고, 가난하고, 더구나 이도 성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듯하며 노인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했다. 따라서 시니어소비자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이해가 없이는 시니어비즈니스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노인들에게 삶의 기쁨과 행복을 안겨드리겠다는 진정성 있는 시니어 마케팅을 펼친다면, ‘노인을 위한 시장’은 분명 크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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