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에 관하여
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에 관하여
  • 승인 2019.10.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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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며칠 전 조국 법무부장관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명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면서 든 이유로 ‘대략 주요 범죄(배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배임수재 부분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수사 경과, 범죄 전력 등을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유를 들고 있습니다. 야당은 명 부장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하여 맹렬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영장 기각 사유가 불분명하고 자의적이라는 것입니다.

구속영장의 기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서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에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장 기각 사유 자체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하여 늘 자의성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영장 심사제도 자체가 가지는 본질적인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장 심사에 대하여 비난이 끊이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검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영장심문 제도는 없었습니다. 판사는 검사가 청구한 수사 서류만 검토하여 피의자에 대한 구속 여부를 심사하였습니다. 그러자 이에 대하여 피의자의 방어권이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비난이 일게 되자 지금의 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게 된 것입니다. 검사도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않기 위하여 영장 청구 전 피의자와 대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나름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는 전면적 불구속 재판으로 가는 과도기적 성격이 있습니다.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야만 신속하고도 면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의 편의성이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구속되는 순간 사실상 사회생활이 사망 선고를 받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구속영장 심사는 형사사건에 있어서 가장 첨예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영장 심사에 대하여 문제점이 늘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영장 심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장심사가 실질화되어야 합니다. 그 전제로 피의자 측에서 수사 서류를 모두 볼 수 있는 열람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래야 피의자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당한 영장 기각에 대하여는 상급법원에 심사를 구하는 영장항고제를 도입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구속영장 심문은 법원의 입장에서는 신청사건이고 본안이전의 심문이므로 어떻게 보면 그 절차는 약식으로 처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장 심문 방식은 판사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판사는 상세히 심문하기도 하지만 다른 판사는 수사 기록에 의존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장 심문이 형사사건의 본안 재판 보다 더 중요한 절차임에 반하여 적법절차는 오히려 미흡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영장 담당 판사 한 사람의 오판으로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영장 심문도 합의제로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도 보입니다. 과거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는 집권 여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지정되곤 했습니다. 그러므로 법원장이 단독으로 지명하는 영장 담당 판사의 사무분담 지정도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판사 회의에서 결정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장 심사를 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영장을 담당하는 판사가 정치와 출세에 휘둘리지 않는 단호함과 공정함을 가지고 소신 있게 심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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