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9월 취업자 수는 2천740만 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 8천명 증가했다. 지난 8월 45만 2천명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3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15세 이상 고용률 또한 61.5%로 1년 전보다 0.3 %포인트 상승했고, 이것은 9월 기준으로 1996년 61.8%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이다. 이 지표만 보면 분명 고용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지표만으로 고용시장이 건강한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 고용시장의 건강한 회복세를 판단하려면, 근로시간 별, 연령별, 산업별 취업구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먼저 근로시간별 취업구조 변동을 보면,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년 전보다 무려 73만 7천명이 늘어나서, 16.3%나 증가했다. 특히 17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37만 1천명이 더 늘어났는데, 이것은 같은 기간에 24.5%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45만 2천명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2.0% 줄어들었다.
고용의 질 악화는 연령별 취업구조 및 산업별 취업구조의 변동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 2월부터 매달 30만 명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38만 명이 증가하였다. 이에 반하여 30대 취업자는 1만 3천명이, 그리고 40대 취업자는 무려 17만 9천명이 감소했다. 핵심 경제활동인구인 30~40대 취업자 수가 2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산업별 취업구조를 보면, 정부 정책에 크게 의존하는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7만 명이 늘어났다. 그러나 제조업 고용은 1년 전에 비해 11만 1천명이나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18개월 연속 감소세에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은 금용·보험 산업의 취업자 수도 4만 3천 명 줄었고, 9개월 연속 감소세에 있다.
9월 고용동향의 본질은 단시간 근로자, 노인 일자리, 복지 서비스업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반면, 정규직 일자리, 청장년층 일자리,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세금으로 질 낮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고, 민간부문의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시장이 건강한 회복세에 있다면 민간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증가해야 한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적 일자리,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는 질이 낮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정부가 정부 주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세금 징수를 확대하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더욱 감소하고, 민간경제가 위축되면서 세원이 줄어들어 결국 세수 확보도 어려워지게 된다.
고용시장이 건강한 회복세에 있다면,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효수 블로그’는 ‘이효수 경세제민’을 통해 지난 2년간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경제체질 개선에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특히 2018년 말에는 경제체질을 빨리 강화하지 않으면 2019년 말이나 2020년에는 해외여건이 악화되면서 한국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경제가 성공적으로 잘 가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오히려 경제체질을 약화시키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그러다 최근 해외여건 악화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재정 금융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효수 경세제민’은 현재 한국경제 위기의 본질은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단순히 금리 인하나 재정확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우리는 여기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현재 심각한 착시현상에 빠져 있는가? 아니면 문제의 본질을 알면서도 정책 실패를 방어하기 위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고 믿고 있는가? 어느 쪽이든 정부가 정책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국민은 고통을 당하고, 정부나 집권 여당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착시든, 호도이든, 신념이든 정책 실패의 객관적 사실이 밝혀지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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