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적자기업인가
공기업은 적자기업인가
  • 승인 2019.10.22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적자의 상황은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의 상황으로 사업을 지속하느냐 마느냐 하는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한다. 일반적 기업이라면 적자 상태의 기간을 가능한 한 줄이기 마련이고 수익의 창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투자하거나 통제권을 가진 공기업의 경우는 이러한 기업의 생태가 정상적인 모양새가 아닌 것 같다. 수익은 거의 내지 못하고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만 이를 운영하는 직원과 대표는 걱정이 없다. 적자기업이 공기업의 다른 이름인 양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재원 걱정이 없고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가 책임을 질 테니 스트레스 제로의 근무여건 좋은 땡보직인 셈이다.

IMF를 겪으면서 공기업의 보수체계를 성과체계로 전환하고 이후로 지속적으로 공기업 구조조정을 했지만 여전히 공기업의 적자는 숙제였다. 그런데 현 정권에 들어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비용면은 제치고 추가채용을 거듭하니 인건비가 늘어만 간다. 인건비의 증가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구분하여 운영했지만 이것도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급증했다. 수익은커녕 적자를 거듭하는 공기업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고 기업은 점점 적자의 폭이 커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적자를 보정하여 수익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뼈를 깎는 과정이다. 그러나 역대의 구조조정이 무의미하게도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엄청난 재원이 이처럼 소모되고 있다. 현 정권에 들어서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정책 전환으로 공기업과 산하기관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민간위탁업체의 직원까지 내부 정규직원으로 고용을 하니 비용만 더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관련 민간위탁정책의 추진은 공공기관이 민간에 위탁한 업무의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현 정부는 2017년 7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의 전환을 시작했고, 올해 마지막 단계인 민간위탁부문의 정규직 관련 지침을 발표하여 이것이 현실화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노사와 전문기관의 협의를 거치게 하였고 마지막 단계인 민간위탁기관의 정규직화는 기관의 자율결정을 이야기했지만 정부의 압박에 기관들은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이면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와 임원들은 걱정에 잠을 잘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억대도 아니고 조 단위로 늘어나는 적자에도 이들 기업의 임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받을 만큼 기업을 위해 기여를 한 것도 아니고 늘어가는 적자를 줄인 것도 없이 보통의 기업이면 파산에 이를 규모의 적자에도 성과급을 생각한 것 자체가 경이롭다.

이들은 공기업경영평가제도에 의하여 성과급의 지급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공공기관의 실적보다 정부의 정책목표 위주로 개편된 공기업기업평가제도는 공기업의 적자여부에 관계없이 기업의 고유한 목적사업이 추진되었고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이루어진 경우 경영평가의 전체 등급이 상향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기업의 탄생 목적이 공공사회 가치실현이지만 적자의 규모를 보지 않고 목적만 바라볼 수는 없다. 분명 기업의 운영을 위한 비용이 존재한다.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이 없다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기업의 유지에 엄청난 적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성과급은 당연하다 생각한다면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는 기업이다. 재원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민들의 세금이다. 국민들을 위한 공기업이니 국민들에 부담이 지워지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기업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임원들이 이러한 회사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천만의 성과급을 챙겼다는 것은 자신만 생각하고 회사의 적자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이다. 공기업도 효율성이 없이 지속될 수 없다. 임원들이 이러한 마인드라면 그 아래 직원들은 어떤 마인드로 일을 하겠는가. 이러한 결과물이 벌어질 수 있도록 만든 체계를 당장 바꾸고 재원만 축내는 임원들은 퇴진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축내는 의미 없는 성과급은 중단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의 목적 구현도 현실적 기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기업이 비정규 직원을 채용하고 성과급을 만든 이유가 있다.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면 수 조원의 폭발적 적자의 책임도 지워야 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